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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상 예술상 수상 배우 장민호 "어느덧 최고참…만족 한번 맛 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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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상 예술상 수상 배우 장민호 "어느덧 최고참…만족 한번 맛 봤으면"

입력
2010.06.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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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죽기 전에는 만족이란 걸 한번 맛봤으면 한다."

1일 받은 호암상 예술상이 자신이 말하는 '만족'에 근접했을까. 국내 연극계의 최고참이자 당당한 현역인 배우 장민호(86)씨는 필생의 명연기를 펼쳐온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들려 주었다. "'파우스트'에 나오는 6분의 독백 중 '그런데 나란 인간은 예전보다 조금도 변한 게 없다'는 대목은 꼭 내 얘기 같거든요."

그는 40여년 동안 네 번 파우스트로 분했고 숱한 찬사를 얻었지만 "죽기 전에 하고픈 연극을 해보고 죽는다"는 바람은 세월이 갈수록 견고해진다고 했다. 세간이 자신에게 보내는 찬사의 속내를 그도 안다. 그는 "탄탄대로를 걸어온 만큼 한국의 배우로서는 특이한 존재"라며 "스스로 만족하는 작품은 하나도 없지만 여한도 없다"고 말했다. 영욕이 파도 친 세월이었다. "참고 기다려라, 연극에 몰두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온다"며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말은 에누리없이 자신의 이야기다.

"6ㆍ25로 일터였던 방송국이 잿더미가 됐고. 1ㆍ4후퇴 때는 주먹밥을 먹으며 연극을 했죠. 더 크고 더 굵어지고 자신감이 생겨났어요." 그는 극작ㆍ연출가 오태석씨와의 작업을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꼽았다. "오태석의 작품에서 주역은 내가 다 했어요. '사추기' '환절기' '산수유' '물보라' '태', 그리고 지난해 '백년언약'까지."

1979~90년 국립극단 단장으로 한국 연극의 흐름을 거머쥐었던 그가 "어쩌다 보니 내가 최고참 됐다"고 하는 말에는 여한이 진하게 스며 있었다. 최근 국립극단 법인화를 놓고 불거지는 잡음에 부쩍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가 최고참으로서의 책무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장씨는 "문화적 배경이 결정적인 연극 작업에 외국인 예술감독을 영입하겠다는 데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립극단 단원들의 법인화 반대 의사 표명이 이해가 간다"는 그는 "기구 개편과 쇄신 등 민영화 계획은 두고 봐야겠지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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