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부인과 병원의 경영난 해소 차원에서 내놓은 자연분만수가(酬價) 50% 일괄 인상안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수가를 올려 출산 친화적인 환경을 만든다는 게 정부 구상이지만, 대형병원 수익만 늘리고 취약지역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의원급을 중심으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계속 줄면서 임산부의 의료 접근권이 나빠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자연분만수가를 5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자연분만수가란 산모가 병원에서 아이를 자연분만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의료비다. 산모가 부담하는 비용은 없으며 건강보험에서 현재 1건당 29만6,100원(의원급 기준)을 지급하고 있다.
복지부는 분만수가를 7월과 내년 7월에 각각 25%씩 나눠 인상키로 했다. 이에 따라 자연분만수가는 7월 37만125원과 내년 7월 44만4,150원으로 각각 오른다. 은호성 보험급여과장은 "24시간 전문의와 간호사ㆍ마취의를 포함한 진료인력 증가 등으로 분만실 유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해 분만수가를 인상했다"며 "인상폭 유지 여부는 3년 후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만수가 인상 결정이 현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건강보험 가입자 단체들은 출산 환경을 개선하려면 해당 지역 및 의료기관 종류에 따라 수가를 차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부인과 접근성을 개선하려면 분만 취약지에 산부인과 병원이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처럼 분만수가를 일률적으로 인상할 경우 농촌지역 산부인과는 앞으로도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괄 인상은 도시 지역에서도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의 수익만 올려줄 뿐 소형 산부인과에는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분만수가 인상으로 57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가게되며, 보험 재정 대부분이 도시지역 산부인과 병원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등 적용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태현 경실련 사회정책국장은 "일괄 인상은 결국 도시지역 대형병원만 배 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위해 일괄 인상 계획을 백지화한 뒤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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