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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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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신용 잃은 신용평가사

입력
2010.06.0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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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채권은행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현대시멘트. 건설경기 침체에다 자회사인 성우종합건설에 8,000여억원 지급보증을 서준 게 탈이 나 부도 직전에 있었지만, 신용평가사들이 이 회사에 부여한 신용등급은 여전히 '투자적격'이었다.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시멘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바로 잡은 건, 회사가 지난 31일 워크아웃 신청 사실을 공식 발표한 뒤였다. 한신정평가는 현대시멘트 기업 및 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BBB+'에서 단번에 'CCC'로 3단계나 강등했고, 한국신용평가도 'BB+'에서 'CCC'로 2단계 하향 조정했다. "회사가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신인도가 떨어지고 채무 회수에 차질이 빚어질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사흘 전인 28일에 이미 시장에는 현대시멘트가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했지만, 신용평가사들은 이때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가 당시 'BBB+'에서 1단계 낮춘 게 전부였다.

이 같은 뒤늦은 등급 조정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가만히 있다가 워크아웃 소식에야 투기등급으로 조정하는 신용평가사들을 과연 신뢰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 시장참여자들이 기업신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 신용평가사인데, 이런 식으로 뒷북이나 칠 바엔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무디스, S&P같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개혁의 1차 타깃이 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뒷북' 등급조정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국내에서도 '신용평가기관 개혁' 얘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 같다. 남의 신용을 평가하려면 스스로의 신용부터 쌓아야 한다.

문향란 경제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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