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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17> 아버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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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17> 아버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입력
2010.06.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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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사회가 급변한 시기입니다. 덩달아 결혼문화도 크게 바뀌었지요.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가정생활이 여성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이전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양상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그 결과물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주인공은 ‘아버지’입니다.

A라는 여성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 딸을 금지옥엽으로 키웠지요. 딸이 명문대를 졸업하자 즉각 결혼전선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대단한 딸이었으니 원하는 신랑감을 골라 결혼시킬 수 있으리라 확신했지요. 문제는 고르고 고르다가 그만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 남녀 간 만남에서 처음 몇 번은 신중할뿐더러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일정 횟수가 지나면 함정에 빠진다고나 할까요, 만남이 거듭되면서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선택이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와중에 딸은 나이가 들어갔습니다. 어머니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참 딱한 상황이지요. 이 때 구원투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세운 사윗감의 기준을 다 낮춰버렸습니다. 한층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어 딸의 만남을 주선했습니다. 얼마 후 딸은 결혼을 전제로 교제에 들어갔습니다. 가정생활의 큰 틀을 정하고, 경제적 부양에 전념하는 것이 기존의 아버지 상입니다. 자녀들의 결혼은 자연히 어머니의 관할이었고요.

그러다 보니 어머니는 딸과 스스로를 동일시, 자신의 안목으로 사윗감을 찾게 마련이었습니다. 요즘은 아닙니다. ‘어머니=딸’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버지가 딸을 챙기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B라는 여성은 전문직에 종사합니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딸의 결혼에 관심이 큽니다. 맞선을 보게 되면 아버지가 먼저 상대 남성을 만나 인성을 파악합니다. 딸은 아버지의 면접을 통과한 남성만 만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도 딸은 아버지의 판단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아버지는 가정에서 제3자처럼 소외된 존재였습니다. 어머니가 실권을 쥐고 아버지의 소임을 대행했습니다. 그러다 자녀 수가 줄면서 아버지는 자녀에게 관심을 쏟기에 이르렀습니다. 권위적인 아버지보다는 자상하고, 친구 같은 아버지로 변화하면서 아버지는 마침내 자녀 결혼의 전면에 나서게 됐습니다.

이 같은 아버지의 등장은 자녀 결혼이라는 면에서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버지는 사회경험이 많습니다. 곧 사람을 보는 안목이 상당수준이라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같은 남자로서 어머니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캐치할 수 있으므로 신중한 선택에 도움이 됩니다.

직장여성 C의 아버지는 며칠 전 딸의 남자친구와 술을 마셨습니다. 술버릇을 보겠다며 말술을 먹였는데, 남자친구는 아버지의 시험을 무사히 통과했습니다. C의 어머니는 너무 평범한 청년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아버지는 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믿습니다.

어머니는 대개 잘난 사위를 고릅니다. 아버지는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덕목을 중시하는 편입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어려운 관계입니다. 장인과 사위는 친구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사위는 장인이 자기에게 우호적이면 처가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아내에게도 더 잘하게 됩니다. 분명한 것은 아버지가 관심을 갖는 자녀들은 결혼 성공율이 더 높고, 결혼을 해서도 잘 산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화 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현장경험에서 얻은 결론입니다.

■ 남녀본색

배우자 선택조건 가운데 가정환경도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미혼남녀 회원 319명(남 157명ㆍ여 162명)을 대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면서 이성의 가정환경을 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알아봤다. 남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대 이성의 가정환경은 가족 화목도, 경제력, 가족직업 순이었다. 여성은 경제력, 가족화목도, 가족직업 순이었다. 가족직업도 경제력과 연관이 있다고 볼 때 가족화목도의 순위가 1위(남성), 2위(여성)를 차지한 것이 의미심장하다.

가족화목은 부부관계, 부모ㆍ자녀관계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가와 연관이 있다. 아버지의 구실이 중요하다. 가정이나 자녀에게 늘 뒷짐을 지고 있는 것처럼 인식되던 아버지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은 자녀의 배우자 선택이나 결혼 성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버지가 가족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그만큼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 구성원들이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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