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 봉쇄를 허물려던 국제 구호선단을 그제 새벽 공해상에서 공격해 터키 등의 인권운동가 10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은 구호선단에 승선한 해군 특공대가 폭력 저항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터키와 아랍권이 일제히'학살 만행'을 규탄하는 등 국제적 비난이 거세다. 사건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은 물론, 4년째 계속되는 가자지구 봉쇄의 정당성도 새삼 논란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국제 인권운동가들이 터키 여객선 등 6척의 배에 나눠 타고 가자 진입을 시도한 것이다. 친팔레스타인 인권단체가 연대한'자유 가자'가 조직한'자유 선단'에는 터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미국 호주 영국 등의 운동가 700명이 탔다. 구호물자 1만 톤도 싣고 있었다. 생필품 부족이 심각한 주민 구호 명분이지만, 봉쇄의 야만성을 부각시키려는 캠페인 목적이 크다.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은 이런 국제적 캠페인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 해군은 키프로스에서 출항한 선단이 경고를 무시하고 접근하자 가자에서 130km 떨어진 공해상에서 헬기로 특공대를 투입했다. 이스라엘 군은 수적으로 우세한 인권운동가들이 특공대를 에워싸고 칼과 곤봉을 휘둘러 부득이 강경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보 위협과 거리가 먼 공해상의 구호선단을 공격한 것은 국제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는 비판이 많다.
이스라엘은 2007년 팔레스타인 강경 세력 하마스가 가자를 장악하자 무기와 테러세력 유입을 막는다며 외부 소통을 통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 150만 명은 기초생필품과 식수마저 턱없이 부족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가자 주민의 참상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하마스를 국제 테러세력으로 규정한 미국은 봉쇄를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에 협상을 종용해왔다.
지난 행적을 살펴보면, 언뜻 무모한 이스라엘의 행동은 협상 여지를 없애려는 의도적 무리수로 비친다. 이런 이스라엘을 그나마 제어할 수 있는 미국이 국제사회의 규탄에 어찌 호응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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