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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요구 피해 가는 '거점약국'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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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요구 피해 가는 '거점약국' 발상

입력
2010.06.01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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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가 7월부터 연중무휴 24시간 운영키로 한 거점약국의 실효성이 크게 의심스럽다. 거점약국은 서울의 경우 25개 구(區)에 한 곳씩, 나머지 15개 시ㆍ도에 1~2곳씩 모두 50곳의 문을 열게 해 긴급환자에게 해열제나 소화제 두통약 등을 팔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종합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게 훨씬 편리할 것 같다. 거점약국 운영 발상은 보건복지부가 대한약사회의 압력과 로비에 또다시 굴복한 결과라고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은 비처방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꾸준히 요구해 왔고, 정부도 이를 검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인용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86.3%가 소화제나 진통제 감기약 등은 편의점이나 동네슈퍼에서도 구입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휴일이나 심야에 영업 중인 약국을 찾아 다니는 경우가 37.6%이고, 가정상비약을 이용하거나(27.8%) 상태가 나아질 때까지 참는다(19.9%)고 답했다. 많은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긴급환자를 위해 휴일에 문을 여는 현행 당번약국제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했다. 지역 약국들끼리, 약사회의 자율에 의해 운영키로 돼 있으나 환자들이 헛걸음하기 일쑤다. 명절연휴 등 당국의 감시가 엄할 때만 겨우 시행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복지부와 약사회는 거점약국 개념을 확대해 전국에서 400곳은 공휴일 문을 닫고 평일 새벽 2시까지 영업하고, 800곳은 영업시간은 종전처럼 하고 공휴일에 문을 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당번약국제를 제대로 이행토록 하는 것보다 후퇴한 내용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약사회의 입김이 거센 일본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주요 감기약 해열ㆍ진통제 등 전체 비처방약의 90% 정도를 일반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당번약국이나 거점약국 등으로 에둘러 갈 일이 아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비처방 일반의약품에 대해 일반 소매점 판매를 단계적으로라도 허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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