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1ㆍ전북)이 12년 절치부심 끝에 월드컵과의 악연을 끊었다.
이동국은 1일 오전(한국시간) 발표된 2010 남아공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이후 두 번이나 깊은 슬럼프에 빠졌고 고비마다 부상으로 눈물을 흘렸던 이동국은 마침내 12년 묵은 ‘월드컵 한’을 풀어버릴 기회를 잡게 됐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등장했지만 이후 이동국의 축구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이동국은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에 실패한 후 슬럼프에 빠졌다. 2002 한일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2006년 4월 무릎 인대 파열로 독일 월드컵 꿈을 접었다. 2007년 미들즈브러(잉글랜드)로 이적했지만 적응에 실패하며 또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이동국은 지난해 최강희 전북 감독의 품에서 재기했다. 지난 해 8월 2년 1개월 만에 대표팀에 복귀하며 월드컵 출전 꿈을 부풀렸다. 그러나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이동국은 지난 3월 런던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전(2-0)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트리며 허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에콰도르전(2-0)에서 허벅지를 다쳤다. 최종 엔트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리한 것이 화근이 됐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길에 만난 이동국은 “욕심 만으로 월드컵에 출전할 수는 없다. 조급해하지 않겠다”고 담담한 심정을 밝혔다. 전지훈련지인 노이슈티프트에 도착한 후 정상 훈련을 한번도 소화하지 못했다.‘옥석 가리기’의 마지막 장이었던 30일 벨로루시전(0-1)에서는 관중석에 앉았다. 경기를 지켜보는 이동국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부상 탓에 탈락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종 엔트리 선정을 놓고 막판까지 저울질을 하던 허 감독은 결국 이동국을 선택했다. 대표팀 공격수 중 최장신(187cm)으로 공중전에 강점을 보일 수 있고 유사시 박주영(AS 모나코)을 제외하고 원 스트라이커 임무를 수행할 마땅한 자원이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노이슈티프트(오스트리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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