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시간강사들이 자진해서 올해 강의료를 5% 깎겠다고 나섰다. 한 지방대학 시간강사의 자살을 계기로 시간강사 처우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성균관대 시간강사들이 얼른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속내는 뭘까.
강의료 삭감을 처음 제안한 임성윤 비정규직교수노조 성균관대 분회장은 "단순히 강사들만 임금 5%를 인하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학교측도 그에 상응하는 만큼 등록금을 인하하라는 요구"라고 말했다.
매년 '몇 푼' 안 되는 임금(강의료)을 놓고 학교와 협상할 때마다 학교 쪽은 "시간강사들의 강의료를 올리면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임 분회장이 올 초 그럼 강의료를 깎아 대학등록금을 내려보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해마다 1,000~2,000원씩 오르는 시간당 강의료를 더 올려봐야 우리 수입으로는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낼 수 없는 아이러니가 있다. 차라리 국민적 고통인 대학등록금 자체를 인하하도록 유도하는 게 우리도 좋고 사회에도 좋지 않겠는가 생각했다."
임 분회장은 그때부터 출퇴근 시간이 다른 데다, 연구실도 없어 제대로 만날 공간조차 없는 상황에서 일일이 동료들을 찾아 다니며 의견을 구했다. 두 달여만인 4월 말 전체 분회원 130명의 과반수인 70명과 분회에 속하지 않은 강사를 합쳐 모두 90명으로부터 강의료 5% 삭감을 조건으로 한 대학등록금 인하 방안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찬성(62명)이 반대(28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성균관대 분회는 이 결과를 상급단체인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에 전달했고 추인도 받았다.
임 분회장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이름으로 강의료 삭감과 관련한 공문을 이번 주 내 성균관대 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조만간 임금협상에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성대의 시간강사 강의료는 시간당 5만6,000원으로 학교가 시간강사 쪽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이들의 강의료는 시간당 2,800원이 삭감된다. 물론 등록금 인하여부와 폭은 학교가 결정할 일이다.
임 분회장은 "성대에 출강하는 강사가 800명 가량 되나 기업체 임직원 등을 제외한 순수 시간강사만 따지면 대표성은 확보됐다"며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사의 메아리가 예전과 같이 공허하게 묻히지 않기를 바라는 뜻에서 이번 일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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