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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배우들 맹탕 소감과 입조심 권하는 사회

입력
2010.05.3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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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하녀'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다는 데 더 매력을 느꼈다."(전도연)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줄곧 밝힌 내용이지만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칸 국제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들으니 새삼 맥빠지게 느껴졌다.

외국 기자가 던진 질문의 요지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 영화에 출연했나'인데, 답변치고는 빈약하기만 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뜨겁게 받은 '칸의 여왕'이 내놓은 맹탕 답변에 해당 기자는 실망했을 것이다. '하녀'가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에 냉소를 보내며 사회성을 진하게 띄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화끈한 단어로 자기 영화관을 좀더 구체적으로 펼쳤어야 했다.

이정재의 발언과 행동도 낙제점에 해당했다. "주인공이 정말 힘을 지닌 집주인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냐"는 질문에 "(영화 속) 내가 하는 일은 항상 옳다는 생각을 하며 연기를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임 감독을 바라보며 "제가 맞는 이야기를 한 건가요"라며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큰 무대에 처음 섰기에 저지른 실수인 듯 했지만 한국 기자들 사이에선 "줏대없어 보인다"는 입방아가 오갔다.

전도연과 이정재는 충무로의 어느 배우 못지않게 연기에 대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좋은 배우다. 그래서 그들의 준비되지 못한 발언이 더욱 안타까웠다.

프랑스 여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서티파이드 카피'로 올해 칸 영화제 최우수 여자배우상을 받으며 수상과는 다른 이유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란 개혁파를 지지했다가 최근 구속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석방을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비노쉬는 영화제 포스터 모델이었기에 "영화제 흥행을 위한 수상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만했다. 그러나 세계 언론은 그의 정치적 발언을 더 조명했다.

2008년 영화 '체'의 체 게바라 연기로 칸 최우수 남자배우상을 받은 베니치오 델 토로는 "미국령에서 산 어린 시절에는 게바라를 나쁜 사람으로만 알았다. 그러나 자라면서 그의 생애를 존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출연 계기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연계해 밝힌 델 토로의 발언은 게바라 역이 제대로 연기된 듯한 믿음을 심어줬다.

목에 칼이 들어오는 상황에서까지 배우가 목소리를 낼 필요는 없겠지만 적극적인 사회 정치적 발언은 자신을 포장하는 좋은 방법 아닐까. 하기야 정치나 사회 문제와 관련해 배우가 특정 발언을 하면 마녀사냥 하듯 달려드는 사회이니 입조심이 체질화할 수밖에. 배우들이 하나마나한 말만 한다고 마냥 탓할 일은 아닌 듯하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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