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자존심 그대로 어린 왕자의 멋진 귀환
'어린 왕자'가 돌아왔다. 4년만의 정규앨범이다. 데뷔 21년 만에 만든 10집 앨범 'Dreamizer'엔 이승환의 욕심과 고민이 담겨있다. 1989년 미성의 가창력으로 가요계에 등장한 뒤 90년대 한국 가요계의 황금기를 풍미한 가수다운 자존심과 실력이 배어난다. 너도나도 다운로드용이나 휴대폰 벨소리용 등 지극히 소비적인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는 요즘, 그의 귀환은 더욱 반갑다.
컴퓨터로 만들어진 음이 아닌 실제 악기 소리로 곡들을 빚어낸 이 앨범의 완성도는 최근 여느 국내 음반과 비교했을 때 월등한 비교우위를 갖는다. 마이클 잭슨의 앨범 'Thriller'와 'Bad' 등을 믹싱한 미국의 유명 음반 엔지니어 움베르토 가티카 등이 참여해 앨범의 질을 높였다. 녹음에 돈을 아끼는 세태에 일갈하는 듯한 이승환의 모습이 엿보인다.
각 노래들은 장르와 곡명에서 그의 음악관을 담고 있다. 록 음악 '단독전쟁'과 재즈 풍의 '구식 사랑' 등엔 옛날 방식으로 외롭게 자신만의 음악을 하겠다는 각오가 스며있다. '반의 반'은 발라드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그의 명성을 다시금 되새긴다. 윤도현이 피처링한 '?스타 되기'는 로커로서의 삶을 꿈꿨던 이승환의 자의식이 돋보인다.
가장 귀를 유혹하는 곡은 '반의 반'이다. 록밴드의 강렬한 사운드와 오케스트라의 정교함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멜로디를 연출한다. '꿈을 극대화하고 싶다'는 의미를 지닌 제목에 걸맞는 앨범이다. 이런 어린 왕자라면 언제라도 환영이다. 플럭서스뮤직.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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