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둘러싸고 제작업체인 미 블리자드사와 우리나라의 프로게임단과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KT 롤스터, SKT T1 등 12개 프로게임단을 대표하는 한국e스포츠협회는 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블리자드가 그래택(곰TV)과 e스포츠 방송 독점권 계약을 체결한 것은 국내 e스포츠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블리자드는 앞서 지난 달 26일 그래택과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한국e스포츠협회측에 스트크래프트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대해 사전승인, 선수의 실연과 방송중계기술에 의해 생산되는 경기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블리자드는 또 협회 재무회계에 의한 자료 제출 및 감사권한까지 요구하면서 협회와 갈등이 불거졌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와 관련, "2000년대 초반 이미 게임으로서 수명을 다했던 스타크래프트를 한국 선수들과 게임단, 팬들이 e스포츠 종목으로 발굴, 블리자드측에 수천억원대의 이익을 안겨줬다"며 "이제 와서 블리자드가 지적재산권을 내세우며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반면 블리자드 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협회가 스타크래프트 방송 중계권을 판매해 수익을 챙기는 등 자사 콘텐츠를 마치 사유물인 것처럼 권리를 행사하고 있어 더 이상 관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2007년부터 12개 게임단의 위임을 받아 블리자드와 중계권 협상을 진행해왔으나 결국 무리한 요구가 협상 파행의 원인이 됐다"고 블리자드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업계의 두 거대 공룡의 감정싸움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스트크래프트 대회에 참가하는 대다수 선수가 e스포츠협회 소속인 만큼, 협회 차원에서 대회 자체를 보이콧하거나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을 경우 수준 높은 대회를 보는 것이 어려워지고 나아가 대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초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사장이 스타크래프트2 출시를 앞두고 방한했을 때 한국e스포츠협회 관계자를 초청하지 않자, 협회측은 e스포츠 선수단을 단 한 명도 행사에 참석시키지 않는 것으로 응수, 한차례 감정싸움을 벌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이익집단이 게임애호가들을 볼모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며 "새롭게 e스포츠 관련 토너먼트 방송권을 얻은 그래택이 향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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