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인터뷰/ '방자전'서 첫 주연 맡은 배우 조여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인터뷰/ '방자전'서 첫 주연 맡은 배우 조여정

입력
2010.05.31 13:16
0 0

데뷔 10년이 넘었고, 나이 서른이 코앞이다. 그러나 영화 경력은 일천하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2002), '흡혈형사 나도열'(2006) 2편에 출연했지만 기억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이쯤 되면 앞날에 만년 조연이나 단역만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다. 여자배우에게 박하기만 한 충무로의 생태를 감안하면 미래는 더욱 어둡고 칙칙하다.

그러나 조여정(29)은 일반적인 행로에서 비켜섰다. 남들이라면 포기라는 단어를 실감하며 내리막길에 접어들 만한 시기에 스크린 주연으로 데뷔했다. 고전 '춘향전'을 새롭게 해석한 '방자전'이 그의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 전반을 책임지는 큰 연기는 처음이어서 예전과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조리있는 말투와 늦봄 햇살에 빛나는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조여정은 '방자전'에서 춘향을 연기한다. 대형 스타들이 한 번쯤은 거친, 여배우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그의 춘향은 예전의 춘향과 너무 다르다. 마음은 방자(김주혁)를 사랑하면서도 머리는 이몽룡(류승범)을 향한다. 춘향과 방자, 이몽룡, 변학도(송새벽), 향단(류현경)의 기이한 5각 관계가 펼쳐지는 것. 조여정은 "적극적으로 사랑을 찾아가는 춘향이다. 관객이 공감할 만한 여러 모습을 보이는 매력적인 캐릭터라 좋다"고 말했다.

영화는 방자의 여자 낚는 법 배우기, 오직 여자와 자기 위해 남원 수령이 된 변태 변학도의 행태 등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극적 효과를 전하려 한다. 음란소설에 빠진 한 선비의 얄궂은 운명을 그린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다. 웃기면서도 애절하지만 전개가 다소 산만하다.

오래 전부터 네티즌(당연히 주로 남자들) 사이에선 조여정의 노출이 화제가 됐다. 전라에 가까운 모습으로 방자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개봉 이후 더 큰 화제를 낳을 듯 하다. 그러나 배우 이전에 여자로서 부담이 될 장면이다. 조여정은 "야하지만 아름다운 장면이라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가슴이 떨렸다"고 말했다. "글로 이리 아름답게 묘사한다면 카메라로는 더 아름답게 담을 수 있겠구나 하는 믿음이 컸다"고 했다. "촬영할 때도 다들 특별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앞뒤 날짜 비우면서 찍지 않고 여느 때와 똑같이 촬영했습니다. 침실 장면은 두 번 이상 찍은 적이 없을 정도로 정확하게 준비해서 촬영을 했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는 뮤지컬 '그리스'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발랄한 여고생 샌디로 지현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올리비아 뉴튼 존이 부른 노래들이라면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드 팝을 좋아해요. 비틀스, 사이먼과 가펑클 등의 노래를 MP3플레이어에 담고 다니죠. 영화도 옛날 것이 좋아요. 특히 오드리 헵번 영화는 볼 때마다 달라요. 헵번처럼 향이 나는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1997년 한 패션잡지를 통해 처음 얼굴을 알린 그는 무명도, 대형스타도 아닌 채 보낸 10여 년이 "가치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중간에 위치한 배우로서 나는 늘 중요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고도 했다. "나는 좋은 배우다, 그러니 절대 놀면 안 된다며 공연 하나, 책 한 권이라도 더 보려고 했어요. 당연히 20대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이제 배우로서 진정한 시작이라고 봐요. 시작이 반이라는데 저에게 그 반은 예전 활동과 학교 공부였던 듯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