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6ㆍ2지방선거 투표 안내문을 받아 본 김두현(34ㆍ시각장애1급)씨는 한숨부터 나왔다. 선거방법이나 절차, 투표 보조용구 사용법은 점자로 안내돼 있었지만 투표소 위치, 지역 선거관리위원회 연락처 등 김씨가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었다. 장애인을 위한 ‘선거도우미’제도에 대한 설명도 빠져 있었다. 김씨는 “선관위가 말로는 장애인의 투표 편의를 위한 대책마련과 관리감독을 철저히 한다고 하지만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용기(44ㆍ지체장애1급)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2008년 총선투표 때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투표소인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교회건물에 도착하니 휠체어가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는 없고 턱이 그를 가로막았다. 투표소 앞에 자원봉사자가 있었지만 최씨를 쳐다보기만 했다. 최씨는 “이번 지방선거라고 사정이 다르겠냐”고 말했다.
6ㆍ2지방선거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갖가지 행사가 펼쳐지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문턱이 여전히 높다. 장애인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 3,885만여 중 236만 여명(6%)을 차지하는 데도 일반인에 준하는 투표권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31일 ‘6ㆍ2지방선거 장애인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2008년4월11일) 이후 처음 치러지는 전국 규모의 선거지만 여느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정보제공에서부터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형 공보물의 내용이 일반 책자형에 비해 크게 부실하다는 것. 장애인연대 관계자는 “공직선거법상 공보물은 12면으로 제한돼 있는데 점자로 만들면 분량이 약 3배로 늘어나 장애인유권자들은 3분의 1정도로 축소된 내용만 제공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조차도 모든 후보자들이 제작하는 게 아니다. 장애인연대 등이 16개 시도지사 후보 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명(16%)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공보물을 제작하지 않았다. 득표율에 관계없이 공보물 제작 비용을 보전 받지만 아예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도 부족하다. 한국농아인협회 관계자는 “선관위가 제작해 방송하고 있는 광고 중 수화통역이 제공되는 것은 단 한 편도 없다”고 꼬집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6억원 정도를 들여 3편을 제작했는데 시간 제약상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매번 지적돼 온 투표소 문제도 되풀이되고 있다. 장애인연대 조사결과 경기 고양시 소재 투표소 3곳은 투표소가 2층에 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중증장애인의 접근이 어려웠고 경기 시흥시 투표소 8곳(10.3%)도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 않은 2층에 투표소가 마련돼 있거나 1층이더라도 경사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 각종 제약이 많다 보니 장애인의 이익을 대변해 줄 최선의 후보자를 찾아 뽑는데 심각한 차별을 당하고 있는 셈”이라며 “평등한 선거 보장을 위한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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