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형 시장의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는 르노삼성차의 뉴SM5다. 쏘나타, K5와는 이른바 ‘DNA’가 다르다. 엔진과 차대(플랫폼) 등이 다국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차 곳곳에 르노삼성차 특유의 세심함이 녹아 있다.
1월 출시된 SM5 시리즈 최신 모델 뉴SM5는 4월 7,474대가 팔렸다. 3월 판매량(4,287대)의 2배 가까이 팔린 것이다. 이는 중형차 부문 베스트셀링카 현대차 쏘나타 4월 판매량(1만1138대)의 70%에 가까운 실적이다. 덩치가 현대차의 10분의 1에 불과한 르노삼성차(연산 30만대규모)로서는 기적에 가까운 성적이다.
역설적으로 뉴SM5를 키운 것은 쏘나타다. 98년 SM5의 탄생과 동시에 양자간 숙명의 대결은 시작됐다. SM5는 그 동안 때로는 쏘나타를 의식, 고급화 전략을 취하거나 점검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쏘나타와 정체성(아이덴터티)과 차별화했다. 이번에 뉴SM5를 선보이면서는 ‘실용성’이라는 카드를 내놨다. 쏘나타가 글로벌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국내 수요와 일부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본 것이다.
디자인도 그렇다. 두 개의 평행한 선을 이은 듯한 유려한 전면은 쉽게 질리지 않는 외양이다. 앞면은 안전성을 고려, 일자형으로 디자인돼있다. 일자형은 보행자와의 충돌시 기존 A자형 보다 충격이 덜하다. 최근 출시된 BMW5 시리즈 등 최근 유럽업체들도 같은 외양을 채택하고 있다. 업체 측은 “10년을 타도 질리지 않을 디자인”이라고 말한다. 다분히 쿠페형으로 파격적인 외양을 택한 쏘나타를 의식한 설명이다.
성능은 힘 경쟁보다는 실생활에 초점을 두었다. 2.0 CVTCⅡ 엔진은 닛산이 개발한 최첨단 엔진으로 리노-닛산의 주요 중형차에 탑재, 내구성과 품질이 검증된 것이다. 주행 속도에 따라 엔진에 흡입되는 공기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 최적의 엔진 상태를 유지한다. 도심에서 연비가 탁월하다는 게 업체측 설명이다. 알루미늄 후드 역시 철제로 된 것에 비해 무게가 절반 밖에 되지 않아 연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내부와 주요 사양은 ‘패밀리카’가 주요 콘셉트다. 최근 중형차를 타는 연령이 30대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아직 2,000㏄급 이상의 중형차를 타는 이들은 자녀를 둔 30대 후반, 40대 초반 이상의 가장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뉴SM5는 뒷좌석에 공을 들였다. 뒷좌석을 넓혀 재미를 본 뉴SM3의 경험을 뒷좌석을 고급화하는 전략으로 이어간 것이다.
뉴SM5의 뒷좌석에는 독립 완전자동(풀오토) 에어컨이 마련돼 있다. 중형 세단에서 보기 힘든 편의장치다. 뒷좌석 탑승자가 원하는 온도를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차량 내부에 향기를 퍼뜨리는 향수 분사기, 안마 기능을 갖춘 전자동 시트 등도 눈에 띈다. BOSE 사운드를 탑재, 달리는 거실을 추구했다. 또 뒷좌석의 개방감을 위해 앞 좌석과 구별된 독립형태의 파노라마 선루프가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쏘나타와 K5 그리고 뉴SM5간의 대결로 당분간 국내 중형차 시장이 경쟁이 어느 때 보다 뜨거울 전망”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개성이 다른 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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