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형제간 레이스가 시작됐다. 월드베스트를 표방하고 있는 ‘쏘나타’와 기아차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K5’간 대결이다. 현대ㆍ기아차는 두 중형 세단간 선의의 경쟁으로 도요타의 캠리, 닛산의 알티마 등을 협공, 쌍두마차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K5- ‘잘 빠졌다’
기아차는 지금까지 소형차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포르테와 쏘울이 대표적인 예. 로체, 옵티마는 물론 이전의 크레도스까지 중형차는 사실상 내수용이었다. K5는 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성미와 입체감을 살린 디자인이다. 말 그대로 세계 무대에서 통하는 외양을 갖췄다.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시절 직접 발탁한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출신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이 초기 단계부터 완성까지 심혈을 쏟은 탓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부산모터쇼에서 K5를 소개하며 “처음부터 만족했던 디자인으로 전륜과 후륜의 느낌이 모두 나타난다”라며 “어려운 디자인 설계를 그대로 완성차로 만들어 준 생산라인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K5는 앞서 뉴욕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현지 언론으로부터 ‘기아차가 맞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디자인에서 호평을 받았다.
▦K5-외제차 능가 성능에 고급 사양
성능은 쏘나타의 장점을 물려 받았다. 2.0, 2.4모델 모두 쏘나타와 엔진 등 핵심 부품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K5 2.4 GDI는 최고출력 201마력, 바퀴를 돌리는 최대 힘(최대토크) 25.5kg·m를 자랑한다. 캠리 2.5와 비교해도 최고출력이 26마력 높다. 연비도 캠리(리터당12.0㎞)보다 좋은 리터당 13㎞. 알티마 2.5, 어코드 2.4 역시 K5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알티마는 170마력에 최대토크 24.2kg·m, 리터당 11.6㎞의 연비를, 어코드는 180마력에 토크 22.6kg·m, 리터당 10.9㎞에 불과하다. 1월 출시된 쏘나타 2.4 GDI와는 동력성능과 연비가 같다. K5 2.0 모델은 165마력에 연비는 리터당 13㎞다.
사양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을 겨냥, 첨단 장치도 갖췄다. 세계 최초로 발열 기능을 갖춘 최첨단 원단을 사용해 시트 전반에 균일한 열이 발생하는 바이오 케어 온열 시트를 장착했다. 겨울철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온열 운전대(스티어링휠), 운전대가 90도 이상 돌아간 상태에서 시동이 걸리면 이를 알려주는 핸들 정렬 알림 기능, 조향 각도에 따라 점등되는 스마트 코너링 램프 등은 국내 최초로 적용된 장치들이다.
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VDC)로 불리는 차체안전성관리(VSM) 기능도 동급 최초로 적용됐다. VSM은 기존의 VDC에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언덕길에서 출발할 때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와 브레이크 보조 시스템(급제동 시 제동력이 불충분할 경우 최대 제동력을 적용하는 시스템)이 결합된 첨단 안전장치다. K5D의 가격은 2.0 모델이 2,145만∼2,725만 원, 2.4모델은 2,825만∼2,965만원.
▦쏘나타, 월드 베스트카 향해 순항중
지난해 9월과 올 2월 국내와 미국에서 선보인 신형 쏘나타는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럭셔리 세단 못지 않은 중형차라는 찬사를 받았다. 도요타의 캠리와 곧잘 비교되면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실제로 쏘나타는 4월 전달에 비해 판매가 47% 늘어난 1만8,536대가 팔리면서 미국내 전체차종 판매순위 9위에 올랐다. 출시 두달만에 5위 도요타 캠리(2만7,914대)를 쫓는 모양새다. 이같은 판매 속도라면 올 여름께는 캠리를 턱밑까지 추격할 기세다.
쏘나타의 초반 판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최근 도요타는 미국 판매사원들에게 쏘나타와 캠리를 비교하는 자료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과거의 현대차 품질 같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쏘나타의 질주는 이제 시작단계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국내에서 동생격인 K5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국내 중형차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쏘나타의 판매량이 4월에는 소폭 줄었다. 쏘나타의 4월 판매량은 1만1,138대로 3월에 비해 23.6% 줄었다. 1월 13.8%였던 쏘나타의 내수 시장 점유율이 4월에는 11.0%로 3개월 사이에 2.8%포인트나 떨어졌다. K5에 대한 대기 수요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두 차량의 디자인 특색이 많이 달라 해외에서는 차별화하겠지만 시장이 좁은 국내에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기아차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쏘렌토R과 K5을 앞세워 해외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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