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한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 데이 연휴를 맞아 자택이 있는 시카고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못하다.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들도‘대통령이 휴가나 즐길 때가 아니다’는 논조의 비판을 쏟아내 오바마 대통령을 더욱 궁지에 몰고 있다. 1989년 알래스카의 엑손 발데즈 원유유출 때를 능가하는 역사상 최악의 해상피해를 일으킨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가 초비상 상황인데다 아프가니스탄 전황은 미국의 최장 전쟁기록을 경신했다.
오바마 대통령 가족은 27일 시카고에 도착했으나 다음날인 28일 루이지애나의 원유유출 현장을 당일치기로 다녀와 실질적인 휴가는 29일 시작했다. 메모리얼 데이인 31일까지 시카고에 머문다.
그러나 29일 오전 시카고 대학에서 측근들과 2시간 가량 농구경기를 하고, 30일 사설 체육관을 찾은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일정을 삼가고 있다. 애완견을 데리고 가족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거나, 시카고의 절친한 친구이자 사업가의 집 뒷마당에서 바베큐 식사를 한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족과 함께 시카고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은 1년 반만에 처음이다. 그래서 오바마가 열렬히 응원하는 프로야구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경기와 30일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아이스하키(NHL) 챔피언십 결승전 1차전 경기를 관람하는 등의 다양한 일정이 예정돼 있었다. 부인 미셸과 레스토랑에서의 단란한 식사도 준비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일정은 취소됐다. 사람들의 눈에 띄는 시내 외출도 없다.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자택이 있는 하이드파크의 보안규역 안에서 “낮은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에도 영향을 줄 만큼 악화일로다. 단기 최선책으로 시도했던 ‘톱 킬’ 방식이 실패로 끝나자 영국 석유회사 BP는 31일께 로봇 잠수정을 투입, 원유가 유출되는 손상된 수직파이프를 절단한 뒤 그 위에 차단캡을 덮어 원유를 흡입하는 ‘뉴 플랜’을 시도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성공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캐럴 브라우너 백악관 에너지ㆍ환경정책 담당관은 “진행중인 모든 작업이 실패로 끝날 경우 원유유출은 8월까지 계속될 수 있다”며 “이번 사고는 미국이 경험한 최악의 환경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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