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시 진전면에는 독특한 온실 농장들이 있다. 일명 '그린IT' 농장들이다.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해 사방과 천장을 유리로 덮은 이곳에서 전량 해외 수출하는 귀한 농작물이 자란다. 바로 인터넷과 휴대폰 등 정보기술(IT)로 키운 파프리카다.
해외 바이어들, 인터넷으로 파프리카 상태를 실시간 확인
28일 오후, IT가 키운 파프리카를 보기 위해 진전면 이명리에 위치한 성화 농장을 찾았다. 6,000평 규모인 이 곳은 진전면 일대에서 가장 큰 파프리카 농장이다. 유리 온실의 높이는 4m가 넘게 자라는 파프리카 줄기를 감안해 5m가 넘는다.
농장 안은 붉은색, 주황색, 노랑색 등 꽃처럼 화려하게 열린 파프리카를 수확하느라 일꾼들이 사다리 형태의 밀차에 올라 가위를 바쁘게 놀리고 있었다. 심은 지 4개월이 지나면 딸 수 있는 파프리카는 유리 온실 덕분에 거의 연중 내내 수확을 할 수 있다.
없어서 못팔 정도로 잘 나가는 파프리카의 개당 수출 가격은 2,000~3,000원. 워낙 수출이 잘돼국내 판매는 꿈도 못꾼다. 강학구 성화 농장 회장은 "줄기당 연간 평균 34개의 파프리카를 수확한다"며 "이곳에서만 연간 12억원 어치를 수출한다"고 말했다.
한국산 파프리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강 회장은 특이하게 온실 입구 안쪽 천장에 설치된 고화질 CCTV를 가리켰다. CCTV는 단순 출입자 감시를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니다. 10배 줌 기능까지 갖춘 CCTV는 농장을 가득 메운 6만주의 파프리카 줄기를 조망하며 실시간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CCTV가 촬영한 동영상은 KT에서 설치한 광케이블을 타고 경남무역의 IT관제실로 전송된다. 농산물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경남도청 49%, 민간 51%의 합작으로 설립한 경남무역은 마산 일대 파프리카 농장의 수출을 대행한다. 마산시 신포동1가에 위치한 경남무역 2층 관제실에는 대형 LCD TV에 54개 파프리카 농장의 현재 상황이 분할 화면으로 표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타고 전송된 영상은 농장주들과 해외 구매자(바이어)들까지 컴퓨터(PC)로 편하게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경남무역은 러브팝(www.lovepap.com)이라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농장주들과 바이어들에게 이용자 번호(ID)를 부여했다.
농장주는 물론 바이어들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PC로 파프리카의 작황 상태를 언제 어느때나 살펴본다. 실제로 카메라의 줌 기능을 실행하니 줄기에 열려있는 각각의 파프리카 색깔과 선명한 윤기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특히 파프리카 대량 소비국인 일본 바이어들은 개발국인 네덜란드보다 운송비가 적게 들고 가격이 싼 한국산을 선호한다. IT가 접목되면서 출장 비용까지 줄일 수 있어 인기가 더 올라갔다. 김일군 경남무역 사장은 "파프리카를 대량 수입하는 일본 바이어들이 감탄을 하고 돌아간 뒤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경남무역은 지난해 일본에만 850만 달러 규모의 파프리카를 수출했으나 올해는 IT에 힘입어 930만 달러 규모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한 IT 시설은 지난해 11월에 경남도청과 IT 협력을 체결한 KT가 담당했다. KT는 올해 2월까지 각 농장에 고화질 영상을 인터넷으로 실어나를 광케이블과 전신주 수백 본을 설치했고, 고화질 CCTV 카메라, 관련 솔루션 등도 함께 제공했다. 비용은 KT와 농가가 나눠서 부담했다. 특히 이석채 KT 회장은 협력 체결후 파프리카 농장을 직접 돌아보기도 했다.
다른 농작물도 그린 IT 기술 확대 적용
KT와 경남무역은 그린 IT를 다른 농작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경남도청에서 지정한 프리미엄 과일 상표인 '이로로'용 사과, 배, 참다래, 딸기 경작에도 다음달부터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T는 주로 산비탈에 위치한 마산 지역 이로로용 과수원에 무선 고화질 CCTV와 무선 인터넷 전송장비, 조류센서 감지경보 장치 등을 가동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시설까지 설치할 계획이다. 또 관련 영상 및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도 검토중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KT가 얻는 수익은 거의 없다. 조현부 KT 경남법인사업본부 센터장은 "농가 당 매달 3만, 4만원 정도 내는 인터넷 회선 사용료가 전부"라며 "수익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사업인 만큼 공익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마산=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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