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경기 양평에 있는 아세아연합신학대의 한 강의실. 교수 2명이 서로 강의를 하겠다고 설전을 벌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학사행정의 파행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학교 운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길자연 이사장과 고세진 전 총장 측이 각각 총장직무대행을 선출한 데 따른 결과다. 총장이 서로 '적법자' 임을 내세우면서 교수들의 강의 배정 마저 엉망이 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30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이 학교의 분쟁은 4년 이상 지속됐다. 급기야 지난해 이사 상당수의 임기가 만료돼 이사회 소집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교과부가 나서 후임이사 선임을 지시했으나, 오히려 화를 키운 꼴이 됐다.
이 학교는 10명의 후임 이사를 새로 뽑아 교과부 측에 통보했지만 교과부는 "전임 이사 15명 중 14명만 이사회 소집통보를 받아 효력이 없다"며 임원승인을 반려했다. 이 후 이사 선임이 지지부진하고 마찰이 계속되자 교과부는 임시이사를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임시이사 명단에 이광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자 길 이사장 측에서 크게 반발하면서 갈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길 이사장 측 김영욱 총장직무대행은 "후임 이사 선출 이후 돌연 이사였던 김삼환 전 이사장에게 통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사 선임 승인을 반려한 것은 이번에 임시이사로 선임된 측이 로비를 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새 이사를 선임하려면 전 이사 전원에게 소집 통보해야 유효하다는 해석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며, 임시이사에 한기총 회장을 내정한 것은 기독교 내부 문제를 중재할 위치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다음달 초 이 회장을 포함한 11명의 임시이사를 아세아연합신학대에 내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아세아연합신학대 사태가 기독교 내부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진보 성향의 예장통합과 보수 성향의 예장연합의 알력 다툼이 결국 임시이사 파견마찰로 번졌다는 지적이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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