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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녀·패륜녀 찾아내는 '네티즌 수사대'… 신상정보 어떻게 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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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녀·패륜녀 찾아내는 '네티즌 수사대'… 신상정보 어떻게 캐나

입력
2010.05.3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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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모델 성폭행 혐의로 탤런트 A씨 조사'기사(본보 25일자)가 나간 직후 일부 네티즌이 '인스턴트 식품 CF에 출연했다'는 보도 내용만 보고 B씨를 피해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B씨의 팬들은 "5월 내내 한국에 없었던 사람이 무슨 수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냐? 글 몇 줄로 엄한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중지하라"고 강력 반발했다. 결국 네티즌들은 재조사(?)에 착수, B씨는 관련이 없으며 다른 사람이 피해자라고 정정했다.

네티즌들의 사생활 캐기가 극성이다. 2005년 지하철 '개똥녀' 사건을 비롯해 '루저녀' '패륜녀' '몰결남' 등 사회적 논란이 되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은 이로 인해 뜨겁게 달궈졌다. 당사자들의 사진은 물론이고 가족관계, 출신학교 등 개인정보까지 탈탈 털어내는, 그래서 '신상털기'라고도 불리는 이 비뚤어진 현상의 중심에 '네티즌 수사대'가 있다.

네티즌 수사대의 기본 수사기법(?)은 구글(goole.co.kr) 검색이다. 네이버, 다음 등 일반 포털 사이트는 자사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만 검색되지만 구글은 모든 홈페이지를 검색할 수 있어 자료가 방대하다.

검색기법도 남다르다. 알맹이만 골라내기 위해 주로 특수기호를 사용한다. 흔히 쓰이는 게 큰따옴표. 예컨대, 구글 검색창에 "한국일보"를 넣으면 그냥 한국일보로 검색할 때보다 고유명사에 주목, 더 명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한 네티즌 수사대의 설명이다.

더하기(+) 빼기(-) 기호도 유용하다. 이를테면, 과일가게-사과+배 라고 검색하면 사과는 팔지 않고 배를 주로 파는 과일가게를 알려주는 식이다. site:hankooki.com "패륜녀"로 검색하면 hankooki.com 사이트 안에서만 패륜녀를 찾는다.

최종 결과물은 전문분야별 협업이 필수다. 사진 검색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게시판에 올리고, 사진 전문가는 희미하거나 모자이크 처리가 된 사진을 뚜렷하게 보정해준다. 홈페이지 검색을 잘 하는 사람은 해당 인물의 홈페이지에서 근황, 사는 지역 등을 알아낸다.

네티즌 수사대의 주 활동무대는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와 '네티즌 수사대 NCSI'(nsiclub.com) 등이다. 이들 사이트에는 초등학생부터 20~30대 직장인까지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어 부정확한 정보가 양산되기도 한다.

'패륜녀' 사건이 대표적이다. 경희대의 한 여대생이 어머니뻘 되는 환경미화원에게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하는 내용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15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게시되자 한 여대생이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여대생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일부 네티즌은 "정확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인터넷에 올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고 비난했다.

'몰결남'(몰래 결혼하는 남자) 사례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논란을 부른다. 5년간 사귄 남자친구가 몰래 결혼을 한다는 글이 급속히 퍼지면서 네티즌들은 해당 남성의 사진, 직장, 결혼할 여성의 사진까지 인터넷에 공개했다. 한 네티즌은 "그 남성이 직장을 잃게 됐다고 들었다"면서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사회적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네티즌 수사대에 대해 하지현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다른 사람보다 먼저 사실을 알아낸다는 자기충족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특정 인물에게 비난의 여론이 형성되는 등 온라인의 집약된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통해 만족을 얻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자기만족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의 한 관계자는 "만약 사실이라고 해도 사건과 관련해 사진과 신상정보를 올리는 것은 명예훼손의 소지가 있다"며 "학교와 사회에서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가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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