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고 했던 허정무 감독이었지만, 답답한 경기내용에 인상은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가상의 그리스'를 맞아 답답한 경기 끝에 무릎을 꿇었다.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허정무호'는 벨로루시전을 통해 공격과 수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으나 체격조건이 뛰어나고 거친 몸 싸움을 즐기는 유럽식 압박축구에 대한 '예방주사'를 맞은 것이 그나마 소득이었다.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30일 밤(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 아레나에서 열린 벨로루시와의 친선경기에서 후반 7분 세르게이 키스리아크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 첫 상대인 그리스보다 수비력 등 한 수 아래로 평가되는 벨로루시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2위로, 남아공 월드컵 유럽예선 6조에서 4승1무5패에 그쳐 잉글랜드,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에 이어 조4위로 본선행이 좌절됐다.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일본(3-1), 3월 코트디부아르(2-0), 5월 에콰도르(2-0), 한일전(2-0)까지 4연승을 거두다 벨로루시에게 일격을 당해 자신감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가상의 그리스'를 상대로 한 스파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4-4-2 포메이션의 투 톱으로 박주영(AS모나코)과 이근호(이와타)를 내세운 대표팀은 전반 1분 이청용의 기습 오른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중원에서의 압박과 거친 태클을 구사하는 벨로루시에게 전체적으로 밀리면서 답답한 경기 흐름이 이어졌다.
전훈지인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에서 가장 주안점을 둔 세트피스도 기대에 못 미쳤다. 프리킥 전담 키커인 박주영과 기성용이 전반 여러 차례 프리킥 상황을 맞았으나 골 문을 벗어나거나 골키퍼 정면에 안기는 등 아쉬운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스와의 일전에 앞서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부분이다.
좌우 날개인 박지성과 이청용에게 원활히 볼 배급이 이뤄지지 않은 대표팀은 이렇다 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전반 37분 기성용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프리킥을 문전에 있던 이근호가 솟구쳐 오르며 헤딩 슈팅을 한 것이 전반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특히 전반 30분 중앙 수비수 곽태휘가 공중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그라운드에 넘어졌고, 왼쪽 무릎 통증으로 이정수와 교체돼 우려를 자아내며 전반을 0-0으로 마쳤다.
대표팀은 후반 들어 안정환, 김재성, 김남일, 염기훈 등 4명을 교체하며 공세를 가했지만 오히려 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 7분 한국의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땅볼 크로스가 아크 정면으로 연결됐고 키스리아크가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대표팀은 후반 들어 전열을 가다듬으며 동점골을 노렸지만 무위에 그쳤다. 대표팀은 오는 4일 오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스페인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르고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입성하게 된다.
쿠프슈타인(오스트리아)=김정민기자 goav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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