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핏이 수십년 원칙 깨고 포스코에 투자한 이유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자로 꼽히는 워런 버핏의 40년 넘는 투자 역사는 2000년을 기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2000년 이전까지 버핏은 단 한 번도 미국 밖의 해외 기업에 투자한 적이 없었다.
미국에도 좋은 주식이 많은데, 굳이 해외 투자를 고집하는 다른 투자자들을 오히려 약간 비판적으로 생각했을 정도다. 본인 스스로 '영구 보유 종목'이라고 부르는 코카콜라의 주식을 산 후 "이 회사가 미국 회사라서 더 좋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버핏은 2000년대 들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축제'라고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종종 아낌없는 애정을 표시하는 한국의 포스코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 것도 2000년대 들어서다.
뿐만 아니다.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에 투자했다 주가가 폭등하자 거의 전량을 매각하기도 했고, 몇 년 전에는 세계적인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의 지분 10%를 매입한 바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기업들에도 관심을 갖고 종목을 고르고 있다고 한다.
버핏은 왜 오랫동안 지켜 온 원칙을 바꾼 것일까. 우리가 알 수 있는 정보는 투자 지혜의 보고(寶庫)로 불리는 버핏의 주주서한이다. 2000년대 초부터 버핏은 "재정과 무역수지 적자에서 생기는 거대한 불균형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그 이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면서 달러화가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 달러화는 이전보다 장기적으로 약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버핏은 미국 경제의 어려움에 대응해 미국 밖의 기업들에 투자를 함으로써 투자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왜 해외 투자인가
버핏의 투자 패턴뿐 아니라 지난 역사를 되돌아봐도 해외 투자는 리스크 관리의 유력한 수단이었다.
당신이 1970년대 미국인이었다고 치자. 당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을까. 70년대는 오일 쇼크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던 시기다. 특히 73~74년의 1차 오일 쇼크는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약세장 중 하나였다.
마침 그 때 일본 자산에 일부분을 투자해 놓았다면 어땠을까. 70년대는 일본인들이 '경제적 동물'이라는 말을 들으며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던 시기였다. 89년 버블 붕괴로 '잃어버린 10년'의 세월을 맞이하기 전까지 일본의 자산시장은 역사상 최대 호황 사이클을 기록했다. 한 때 미국을 물리치고 세계 시가 총액 1위에 올랐을 정도. 미국과 일본에 자산을 분산 투자했다면 적어도 손실을 최소화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이번에는 당신이 90년대의 일본인이었다고 생각해 보자. 모든 자산을 일본에만 두고 있었다면,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다. 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이 일어나면서 주식과 부동산 투자자들 모두 커다란 고통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로 자산의 일정 부분을 분산 투자해 놓은 이들은 이런 고통으로부터 어느 정도 비껴 서 있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 시스템의 국가에선 리스크 관리 차원의 해외 투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흔히 우리 증시가 대외 악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경제 규모나 시가총액 같은 요소를 고려하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주식시장도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영세한 수준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전 세계의 2%밖에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 경제의 성장에 내수 보다는 수출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주요 수출 지역의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면, 당연히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다.
뜨는 시장을 노려라
해외 투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과 더불어 투자 기회라는 요인까지 고려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정한 패턴은 아니더라도 커다란 사이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70~80년대에는 일본 주식시장이 미국 시장보다 연평균 수익률이 10% 이상 높았지만 다시 90년대에는 미국이 일본을 앞섰다. 일본 주식시장이 90년대 들어 침체를 보이자 글로벌 자금이 한국, 대만, 태국 같은 이머징 마켓으로 유입되면서 90년대 말 아시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까지는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90년대 미국 증시의 호황은 미국 경제가 안정된 덕도 있지만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다시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향한 것도 커다란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사이클을 들여다보면 상당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국가들이 일정 기간 동안 주식시장의 흐름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이 세계 제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미국은 소위 '황금시대'를 구가하며 전 세계 주식시장의 90%를 차지했다. 중산층이 등장했고 주식과 부동산 자산 시장도 좋았다. 그러다 그 바통을 70~80년대 일본이 이었다. 일본도 50~60년대의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산층이 등장하고 내수 시장이 커졌다. 당시 일본 국민 전부가 중산층이라는 '1억 총 중류'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90년대에는 한국, 대만 등 제조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시장이 글로벌 자산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재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은 '다음은 어느 국가인가'라는 것이다. 제조업이 성장하고 이에 발맞춰 경제 규모도 커지면서 중산층이 생겨나고 그에 걸맞게 주식시장도 성장할 수 있는 나라가 어디냐는 것. 중국 등을 필두로 한 이머징 마켓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머징 마켓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은 현재 전 세계 자본시장의 중요한 화두이다. 우리나라 투자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중국이나 브릭스(BRICs)와 같은 국가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위험 관리와 기회 차원에서 필요한 투자 전략이다. 실제 한국에만 투자하는 것보다 이들 나라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위험은 줄이면서 성과는 상대적으로 높이는 전략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의 증권시장 분석가로 꼽히는 제레미 시겔 교수는 2050년 세계 증권시장 지도를 이렇게 예측하고 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미국 주식시장의 비중은 세계 주식시장의 18%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대신 중국과 인도 주식 시장이 세계 주식 시장에서 3분의 1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미국 시장 규모의 두 배로 성장할 것이다."
이런 예측과 더불어 그는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충고도 남겼다. "글로벌 포트폴리오로 다각화하여 분산 투자한 투자자들은 최저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硏 이사
■ 해외펀드 과세 피하려면
작년 말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매매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올 1월부터는 매년 펀드를 결산할 때 해외 주식 매매 및 평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해외 펀드에 투자하던 많은 투자자들이 요즘 국내 펀드로 갈아타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펀드에 계속 투자하면서도 세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퇴직연금, 개인연금, 변액보험 삼총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퇴직연금(개인연금도 동일)에 적립한 금액은 퇴직할 때까지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은퇴를 할 때 퇴직소득세(일시불로 받을 경우) 또는 연금소득세(연금으로 받을 경우)로 납부한다. 이렇게 하면 세금을 나중에 낼 수 있어서 실질 소득이 증가하고 그 돈을 다시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과세 연기로 인해 더 큰 수익을 올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변액보험을 이용할 경우에는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아예 면제받을 수 있다. 다만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1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10년 이상 장기성 보험은 종합소득세도 분리과세 할 뿐만 아니라 발생한 수익이나 이자에 대해서도 세금이 없다.
퇴직연금을 통해 해외 투자를 하는 김 과장의 예를 들어 보자. 김 과장의 현재 퇴직연금 납입액은 연 300만원이고 매년 5%씩 급여인상분만큼 증액하여 투자한다. 김 과장은 DC(확정기여ㆍ풀어읽는 키워드 참조)형 퇴직연금에 가입해서 적립금의 40%를 해외주식에, 나머지를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택했다. 해외 주식 수익률을 연 10%, 채권 수익률은 5%로 가정한다면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했을 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만약 김 과장이 이 같은 형태로 10년 동안 투자했을 때 받는 퇴직연금 수령액은 5,018만원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대신 일반 펀드로 똑같은 금액을 투자했다면 매년 투자이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10년 뒤 펀드 평가금액은 4,865만원이 된다. 퇴직연금 투자보다 153만원이 적다. 마찬가지로 20년을 투자했다면 퇴직연금 적립금은 1억7,691만원이지만 일반 해외펀드 평가액은 1억6,887만원으로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 차이가 바로 퇴직연금의 절세효과다. 만약 당신이 퇴직ㆍ개인연금, 변액보험을 통해 해외 투자를 결심했다면 절세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풀어읽는 키워드
● DC형 퇴직연금이란
2005년 말 근로자의 노후 준비를 위해 도입된 퇴직연금은 두 가지 운용 방식이 있다. 확정기여형이라 불리는 DC형(Defined Contribution)과 DB형(확정급여형ㆍDefined Benefit)이다.
DC형은 매월 내는 돈(contribution)이 결정(defined)돼 있고, 나중에 연금을 받을 돈은 운용 수익에 따라 달라지는 구조다. 일종의 실적 배당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면 DB형은 나중에 받을 돈(benefit), 즉 연금 액수가 정해져(defined) 있는 것을 말한다.
운용 성과에 대한 책임도 DC형은 투자자, 즉 근로자 본인이 지지만 DB형은 회사가 지게 된다.
어느 것이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근로자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지는 DC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례로 호주는 DC형이 85%, DB형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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