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의 6월을 기억하십니까. 이제 우리는 다시 하나가 됐습니다."
30일 오후4시 경기 용인의 한 유세 현장. 녹색(민주당)과 노란색(국민참여당) 물결로 출렁이는 유세 현장에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이크를 잡은 그의 첫 일성은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의 야권단일화 소식이었다.
"저는 이 순간 야5당의 완전한 단일후보가 된 것을 선포합니다."
유 후보의 발언에 유세 현장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졌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해 늘 쫓아가는 입장이었던 유 후보는 이날만큼은 연설에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이날 저녁까지 이어진 유세도 비슷한 순서로 진행됐다. 흥행메뉴인 '야5당 후보단일화'가 언제나 연설의 첫머리를 장식했고, 청중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후보단일화 기류는 이날 오전 유 후보의 동선에서 일부 감지됐다. 오전 8시 과천향교에서 첫 유세를 마친 유 후보는 1시간 가량 극소수의 측근과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평소 촘촘한 일정 탓에 차 안에서 끼니를 때웠던 것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부터 후보 주변에선 심상정 후보와의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유 후보는 이후 오전11시께부터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날 유 후보의 유세현장은 팬 사인회를 연상시켰다. 유 후보가 쓴 책에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경기 과천시에 사는 이순희(45ㆍ주부)씨는 "힘의 균형을 위해 유 후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스키니진과 반바지를 입은 사람이 많이 띄어 유 후보가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안티팬'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한 유권자는 "사회안정이 중요하고 일 많이 해 줄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노인들은 아무래도 보수적이다"며 말을 흐렸다. 그래서인지 유 후보는 "저는 여기저기 뾰족뾰족하고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라면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국정을 바로 잡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분당 서현역 유세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누나 노영옥 씨가 연사로 나와 "유시민을 선택해 노무현을 부활시켜 달라"고 지지를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 남부를 가르는 유 후보의 이날 유세는 저녁 8시께 분당 야탑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유 후보는 "야권연대의 명분을 가지고 남은 기간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과천ㆍ용인=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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