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3국 정상들이 이틀간의 제주도 회의를 마치고 30일 공개한 '공동언론 발표문'에서 드러난 천안함 논의 결과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발표문 자구만을 볼 때 3국간 천안함 합의는 28일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청와대 회담 결과와 동일하다. 3국 정상이 "한국과 국제합동 조사단의 조사 결과와 각국의 반응을 중시하였다"는 합의 내용은 28일 원 총리의 발언을 반복한 수준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3국이 모두 합의하려다 보니 3국 입장의 최저선에서 합의해야 했다"고 말했다. 즉 3국 인식의 최대공약수인 중국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문구보다는 합의가 나온 맥락에 주목해달라고 밝혔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한중일이 천안함 사태 공동 대처에 합의한 것 자체가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언론 발표문은 3국 정상회의 사상 첫 문건이며, 그것도 천안함 사태에 관해서 합의가 나왔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관련 사항에 관해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온 중국이 천안함 사태 문구 삽입에 동의한 것은 미세하지만 큰 변화이다. 당국자들은 중국의 천안함 공조 의지를 28일 한중 회담을 통해 약속받고, 이틀 뒤 정상회의에서 확약받으면서 중국에게 이중의 굴레를 부과했다는 점을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중 회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의 중국측 행보를 짚어볼 때 중국은 어디쯤 와 있고, 얼마만큼 한국 쪽으로 다가온 것일까. 이동관 수석은 "28일 회담에서 반보(半步) 다가왔고, 정상회의를 통해 좀 더 다가왔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한걸음 다가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좀 이른 듯하다. 중국은 여전히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도 천안함 사태 원인을 자체 분석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 조사결과와 각국 반응을 중시한다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도발 책임을 인정한 뒤 대북제재에서 소극적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지만 이를 낙관할 수 없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도발로 판명된 이후의 국제정치 지형이 한반도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시간을 두고 대응할 것이다.
또 이 기간에 북한의 충격을 최소화할 완충 장치를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중국의 좌표는 한미일 공조 및 압박, 국제사회 압력의 강도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제주=이영섭기자 younglee@hk.c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