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위기와 천안함 사태의 악재가 몰아닥쳤던 지난 2주 동안 원ㆍ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오를 때는 무려 130원 넘게 올랐다 내릴 때는 60원 가까이 떨어지는, 그야말로 '널뛰기'를 한 것이다. 전세계 주요 통화가 모두 불안정하지만, 유독 원화는 변동성이 훨씬 심한 실정이다.
세계 최고의 롤러코스터
원ㆍ달러 환율은 독일의 공매도 금지조치 소식이 전해진 지난 19일 18.5원 오르며 본격적인 급등세를 탔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가 있던 20일 29원 급등했고 북한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는 뉴스가 나온 25일에는 장중 한 때 50원 넘게 치솟은 끝에 35.5원 오르며 9개월 만에 1,250원대로 올라섰다. 종가 기준으로도 5거래일(19~25일)간 106.7원의 폭등세.
하지만 내림세도 가파르다. 26일 하루 숨을 고른 환율은 27일과 28일 연달아 30원 가까이씩 빠지면 불과 이틀 사이 58.4원이나 미끄러졌다.
이는 최근 유럽발 위기로 평소보다 변동폭이 심한 다른 주요 통화와 비교해도 독보적인 수준. 지난 2주간 미 달러화 대비 환율 변동폭(최고점과 최저점 차이 비율)은 원화가 8.51%로, 유로화(2.47%)와 엔화(3.01%), 호주달러화(6.86%) 등을 압도하고 있다.
왜 원화만 더?
전문가들은 우리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한다. 외국인들의 주식ㆍ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데다, 다른 신흥국보다 거래 자체가 자유로워 '언제든 투자금을 현금화해 나올 수 있는 나라'로 인식된다는 것.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순매도공세는 환율의 대대적 상승을 초래했다는 평가다.
또 우리 경제의 수출 비중이 높아 경제 전체가 해외 이슈에 민감한데다, 원화가 국제통화가 아닌 탓에 수출로 달러가 들어와도 반대매매 성격인 환헤지를 위해 더 많은 외화를 차입하는 식이어서 환율이 이중으로 더 뛰고 내리게 되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시장의 불안심리가 더욱 불붙으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원화 절상을 예상하고 환차익까지 감안해 들어왔던 외국인 채권 투자금이 한꺼번에 손절매로 빠져나가는 등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 했다. 급작스런 하락 반전 역시, 이처럼 극단적으로 쏠렸던 심리가 '과도했다'는 인식이 퍼지자 순식간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한국적 특성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널뛰기의 부작용을 경고한다. LG경제연구원 배민근 책임연구원은 "환율 급변동은 개인과 기업의 각종 경제활동에서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려 환헤지, 충당금 같은 각종 비용을 증가시키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외환보유액 확충 등의 비용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당분간 널뛰기 이어질 듯
지난달 말 환율이 안정적 하락세를 보일 때만 해도 "1,100원선 아래도 문제없다", 지난주에는 "1,300원 돌파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당분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제한적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만 신용경색 확산이나 북한의 국지도발 같은 '추가 악재'가 없는 한 환율이 장기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선물 전승지 연구원은 "한동안은 날마다의 이슈에 따라 변동폭이 큰 환율 흐름이 예상된다"며 "일단은 최근 하락세 지속에 무게가 실리지만 대거 빠져나간 외국인 주식자금이 단기간에 돌아올 가능성이 낮아 향후 환율은 1,200원선을 오르내리다가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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