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하고, 얌전한 희귀 바다생물 '듀공(Dugongㆍ바다소ㆍ사진)'이 일본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 미군기지 이전 문제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 같다. 오키나와 해역에 사는 듀공은 2.5m길이의 포유류로 멸종위기에 처한 일본의 '천연기념물'이다.
일본의'세이브 더 듀공 캠페인 센터'는 듀공의 주요 서식지인 헤노코(邊野古) 만으로 미군기지 이전이 확정되자 3만명의 반대서명이 담긴 청원서를 일본 외무성과 환경성에 제출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 보도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당초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밖으로 이전시키겠다는 공약 사항을 추진했으나, 미국 정부의 압력 속에 기존 합의대로 현내 이전키로 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헤노코 해역에 들어설 1,800m 길이의 미군 비행장 활주로가 듀공의 먹이가 되는 산호초와 해초를 파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일 환경단체들은 2003년 오키나와 미군기지가 "듀공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아 미 문화재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를 위반했다"며 미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08년 미 샌프란시스코 법원의 1심 판결에서 "미군이 헤노코 기지를 건설하면서 듀공의 역사ㆍ문화적 중요성을 배려하지 않고 기지 건설을 진행하는 것은 NHPA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지 이전 지역을 막은 판결은 아니어서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못했다.
듀공은 일본 류큐시대 이전부터 '인어의 후손', '폭풍이 올 것을 알리는 신의 전령'으로 사랑 받으며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해 왔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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