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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전화 한 통에 발칵 뒤집어진 美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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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리포트] 전화 한 통에 발칵 뒤집어진 美정가

입력
2010.05.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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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한 통으로 미 정가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아직은 정치공방 수준이지만, 사태 진전에 따라서는 백악관이 연루된 대형 정치비리 사건으로의 비화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7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 세스택 민주당 하원의원에게 당내 상원 예비선거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전화를 했다. 통화 내용은 세스택 의원이 현 민주당 상원의원을 경선에서 이길 수 없으니 출마를 포기하면 백악관 고위직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세스택 의원은 펜실베이니아에서 연방상원 진출을 노리고 있었고, 경쟁자는 지난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 알렌 스펙터 상원의원이었다.

스펙터 의원을 11월 중간선거 민주당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세스택 의원이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으로 일했던 인연을 감안, 클린턴 전 대통령을 동원했다. 이매뉴얼 비서실장도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선임보좌관으로 일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동원한 '공작'은 그러나 세스택 의원의 거절로 실패했다. 그리고 이달 18일 실시된 예비선거에서 세스택은 예상을 깨고 낙승을 거뒀다.

묻힐 듯 했던 전화 스캔들은 2월 세스택 의원이 한 언론에 사건의 일단을 흘리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의혹보도가 잇따랐고, 백악관에 대한 해명 요구도 거세졌다.

결국 로버트 바우어 백악관 법률고문은 28일 클린턴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는 두쪽 짜리 메모를 공개했고, 세스택 의원도 성명을 통해 "30~60초 정도 통화했고 출마포기 대가로 국방부나 정보기관의 대통령 보좌관직을 제안 받았으나 즉석에서 거절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법성이다. 백악관은 "통상적 정치행위"라며 과거의 몇몇 유사한 사례를 제시하는 등 무마에 나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부적절한 것은 없었다고 확신한다"는 말로 피해갔다. 세스택 의원도 "흔한 정치적 거래로 특별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파문은 백악관의 희망대로 수습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법이 특정 후보 지지나 낙선을 위해 자리 등을 제공해 회유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바우어 고문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무보수" 자리가 제시됐을 뿐 법 위반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10명의 공화당 의원은 로버트 멀러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불법행위 여부를 조사하라는 서한을 보냈고, 다른 의원들은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범죄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과 뇌물 관련 범죄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 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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