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수당과 자유민주당 연립정부의 재무부 수석 국무상(예산담당 장관)이 주택수당 부당 청구 사실이 폭로되자 전격 사임했다. 갓 출범한 데이비드 캐머런 정부가 시작부터 곤혹스럽게 됐다.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로즈(44) 예산담당 장관은 29일 부당청구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취임 18일 만이다. 로즈 장관은 닉 클레그 부총리에 이어 자민당 각료 중 2인자로, 정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인 재정적자 문제 해결에 앞장서 왔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8일 로즈 장관이 동성애 파트너이자 로비스트인 제임스 런디 소유의 집에 거주하면서 임대 비용 명목으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간 매달 최고 950파운드씩 모두 4만파운드(약 7,200만원) 이상을 정부에서 수령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2006년부터 의원들이 동거인에게 숙소를 임대했다며 수당을 청구하는 것이 금지됐다는 점이다. 영국은 지역구와 떨어져 런던에 체류하는 경우가 잦은 의원들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데, 사실상 부부 관계인 파트너의 집에 살면서 지원을 받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로즈 장관은 이날 "수당 부당청구에 연루된 상황에서 예산과 지출 검토라는 중요한 업무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문제가 된 기간 동안의 수당을 반환하겠다고 말했다. JP모건 임원 출신인 로즈 장관은 "내 행동에 일부 잘못이 있었다는 결론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개인적인 성적 취향을 감추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로즈 장관의 지인들은 규정이 바뀐 2006년 그가 갑자기 주택수당 청구를 중단했다면 그의 성적 취향이 강제로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며 그를 변호했다.
영국 정치권은 지난해 의원들의 주택수당 부당 청구 파문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특히 캐머런 총리는 당시 정치를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던 터라 연립정부의 위상이 타격을 받게 됐다.
캐머런 총리는 사임을 받아들이면서 "단지 사생활을 보호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공직을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후임에는 같은 자민당 소속 대니 알렉산더 스코틀랜드 담당 장관이 임명됐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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