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로 한반도가 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북한에 대한 중국 정권의 내밀한 태도 변화를 추적하고 있고, 서방 언론들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국인들의 복잡한 심경까지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중국이 이달 12일 북한의 핵융합 반응 성공 발표 후 북중 국경 지역의 북한 지원물자 운송을 일부 정지하고 경제협력 프로젝트 동결도 검토하는 등 독자 대북제재 조치를 진행중일 가능성이 있다고 북중 소식통을 인용해 3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북중 국경 무역거점에서 정기적으로 북한으로 운송되는 쌀, 옥수수 등의 곡물과 화학비료, 의약품, 공작기기 등 지원물자를 실은 트럭 운행이 이달 중순부터 중단되거나 대폭 감소했다. 또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방북 이후 양국이 합의한 경제협력 프로젝트 중 신압록강 대교 건설 등을 제외한 다수 계획의 동결을 중국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방중 직후 핵융합 성공 주장 등 새로운 핵개발 과시 움직임을 보인데 강한 불쾌감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해석했다.
또 이날 교도(共同)통신은 러시아 정부가 북한과의 극동 국경지역에서 북한 난민이 대량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훈련 개시시기나 기간은 미정이지만 훈련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 군 주둔지로 썼던 극동 연안 8개 지역을 북한 난민 수용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이 통신은 덧붙였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이 대통령에 대한 분석기사를 통해 천안함 사태 이후 대응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권위와 결의를 보여줬다"면서 "김정일이 경고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또 비핵화와 경제지원을 철저히 연계하는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원칙적이지만 완강하다"라고 평가하면서 이 같은 '외곬 기질(single-mindedness)'은 과일행상을 하면서 생계를 도와야 했던 성장기에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날 "북한 도발로 46명이 희생된 데 대해 남한 국민들은 격분하면서도 이 때문에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남북교류가 단절되는 것에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천안함 사태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대북 무력보복 주장부터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발표에 대한 불신까지 다양하게 나뉘어지고 있다며 이는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적(敵)이자 동시에 형제로 보는 이중감정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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