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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세포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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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세포의 미학

입력
2010.05.3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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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수학자와 생물학자가 협력했더라면 지금쯤 우리는 생명의 비밀을 훨씬 더 많이 알아냈을 것이다." 2000년 초 하바드 의대 세포생물학과장 커쉬너 박사가 시스템생물학과라는 새로운 학과를 만들면서 한 말이다. 그는 세포분열 주기의 중요 기작을 밝힌 탁월한 세포생물학자요 생화학자이다.

당시 세포생물학자들은 수학과 거리를 두고 있었다. 커쉬너처럼 연구 주재료가 첨단과 거리 먼 듯한 개구리 알인 과학자들은 더 그랬을 것이다. 그런 그가 생명의 신비를 더 많이 이해하고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 수학자 및 공학자들과 협력하여 시스템생물학과를 만든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학과의 앞날을 우려하였다.

커쉬너 이전에 영국 왕립 암센터 책임자이던 너스 박사는 세포의 신호전달 체계를 전기회로 시스템과 같이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 시도들이 저명 학술지에 실리며 시스템생물학의 시작을 예고하였다. 너스 박사는 효모 유전학을 빌려 세포분열의 기작인 세포주기의 핵심요소를 밝힌 공로로 200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세포생물학의 최선두에 있던 이들은 생명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수학의 힘에 매료되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시스템생물학이다. 지금은 회의론이 있었던가 싶게 생물학과 수학의 공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Seeing is believing)'란 말이 있다. 옛날에 도마가 예수님의 십자가 못 자국에 손을 직접 넣어보지 않고는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했던가. 요즈음 세포생물학은 도마의 후예들을 위한 시도가 대유행이다. 시험관에서 반응을 시켜보고 이렇다 저렇다 하기보다 각 분자들이 어떻게 작용하는 지 직접 볼 수 있다면 가장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실시간 형광 현미경 기술이다. 여기에 각 분자의 움직임을 모니터하기 위한 형형색색의 형광기술이 발달하였다.

이 형광은 해파리에서 유래했다. 해파리의 형광 단백질을 분리한 공로로 일본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언론은 토종 일본인들의 수상에만 주목했지, 왜 뜬금없이 해파리 형광 단백질이 노벨상 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던 듯 했다. 그 답은 세포생물학에 있다. 분자적 움직임을 직접 살아있는 세포에서 볼 수 있는 기초를 제공하여 세포생물학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이제 세포생물학은 미술과도 협업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사실 요즘 학술지들은 아름다운 사진이 넘쳐난다. 세포의 여러 기작을 분자와 세포 수준에서 밝힌 것이 사진으로 표현된다. 학술지 표면을 장식할 사진들이 서로

경합을 벌이기도 한다. 이처럼 이제 우리는 미술과 영상의 시대에서 과학을 한다. 해파리의 형광 단백질은 본래 녹색이지만 지금 우리는 분자생물학적 조작을 통해 초록 빨강 노랑 파랑 분홍 등등 다양한 형광색을 실험에 쓰고 있다. 현미경 기술도 이에 맞춰 발달하여 한 번에 6가지 색깔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6가지 분자의 하모니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그것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분자들의 성실한 움직임과 협동, 조화, 타협, 그리고 기다림을 배우게 된다.

이처럼 융합은 자연스레 오는 것이지 억지로 붙여놓아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뜻이 있으면 각자의 분야를 존중하는 풍토에서는 자연스럽게 융합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최근 몇몇 대학에서 이뤄지는 억지 통폐합은 동의하기 힘들다. 앞날이 위험해 보인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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