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기업 마케팅이라고 하기엔 면면이 너무도 화려하고 격(格)이 높다. 한번 정도는 할 수도 있겠지만, 몇 년째 최고의 이벤트를 '시리즈'로 끌고 간다는 것은 최고경영자(CEO)가 푹 빠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정태영 사장이 이끄는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의 '빅 이벤트' 마케팅 얘기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15, 16일 세계 최정상급인 영국 BBC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초청, 콘서트를 가졌다. 특히 15일 공연은 서울 올림픽공연 야외무대에서 '파크 콘서트'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또 클래식 공연으론 이례적으로 '미취학 아동 입장을 허용한 점, 이 정도 레벨의 공연으론 티켓가격을 최저가(8만원)로 정한 점 역시 파격으로 평가 받았다.
이번 공연은 현대캐피탈이 최고만을 초청해 야심 차게 이어오고 있는 '인비테이셔널(invitational) 시리즈'의 세 번째 기획물. 지난 2007년 암을 이겨낸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을 초청해 '투르 드 코리아'를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과 2009년에는 체조요정 코마네치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체조 메달리스트들이 선수 아닌 엔터테이너로서 참여한 '세계체조 갈라쇼'를 잇따라 열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BBC심포니 공연에 이어 오는 9월엔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네번째로, 제주 해비치 CC에서 한ㆍ일 프로골프 스타들을 총출동하는 '한ㆍ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을 개최한다. 우리나라에선 최경주 양용은 위창수 등이, 일본에선 이시카와 료, 카타야마 신고 등 도저히 한자리에 모으기 힘든 양국의 골프 슈퍼 스타들이 대거 참가하게 된다.
현대캐피탈의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말 그대로 '특별한 초대'란 의미. 세계 최고만을 초청하는 이 특별한 이벤트들의 기획자는 정태영 사장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그냥 마케팅 차원이었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CEO의 관심과 집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단지 회사인지도를 높이고 고객 몇 명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행사가 아니라, 그 자체 최고의 스포츠ㆍ문화 행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정 사장의 지론이란 얘기다.
현대캐피탈에 '인비테이셔널 시리즈'가 있다면, 현대카드쪽엔 슈퍼콘서트와 슈퍼매치가 있다. 최고 뮤지션을 초청해 개최하는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는 지금까지 비욘세, 빌리 조엘, 플라시도 도밍고, 조수미 등이 다녀갔으며 이달 초엔 안드레아 보첼리가 공연했고, 7월엔 '힙합의 제왕' 어셔의 무대가 예정되어 있다. 테니스스타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맞대결로 유명했던 슈퍼매치 시리즈 역시 10번째 행사로 아사다 마오 등 올림픽 스타들이 참여하는 '아이스쇼'를 내달 초 앞두고 있다.
현대카드ㆍ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분명 마케팅 이벤트이지만 그 이상의 문화와 감동을 지향한다"며 "회사의 격조와 이미지도 자연스럽게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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