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제구호선단에 대한 이스라엘 특수부대의 공격 소식에 전 세계가 경악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던 선단이 공격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아랍권 형제국들의 격렬한 반응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지만, 사건의 파장은 이를 넘어 유럽은 물론 전 세계를 휘감을 태세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 행위를 인도주의적 활동에 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그들(구호선 승선자)은 군사적 임무를 띠고 있지 않았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를 '학살'로 규정하고, 사흘 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총리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중동 지역에서 새 전쟁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성토는 범이슬람권으로 번졌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번 공격은 시오니스트 제국(이스라엘)의 강인함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약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런 행위들은 이스라엘의 종말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희생자가 가장 많이 나온 터키는 주 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철수시키는 한편, 예정된 이스라엘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취소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분명한 테러행위"라 비난했으며, 성난 터키 시위대는 이스탄불의 이스라엘 대사관으로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였다.
프랑스가 주 파리 이스라엘 대사를 불러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세계 각국의 이스라엘 대사들은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브뤼셀의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은 31일 각각 긴급 회의를 개최 했다. EU의회의 제르지 부젝 의장은 "정당하지 않은 공격"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외교부도 성명을 내고 "공해상에서 민간인을 향해 무기를 사용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고 성토했다. 영국은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하면서 이스라엘이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사망 사건과 관련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만 밝히고 이스라엘에 대한 논평은 하지 않았다.
한편,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자 31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일정을 취소하고 급거 귀국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유혈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 150만 명에 대한 집단 처벌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 하마스 체제를 고사시키려는 목적에서 2007년 6월부터 3년 가까이 강력한 봉쇄정책을 펴고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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