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후보가 격전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교육감 판세는 선거일이 목전에 다가왔음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이 보수 성향의 세 후보를 따돌리며 앞서 가고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또는 무응답 등 부동층이 60%가 넘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막판 부동층 표심잡기에 나선 후보자들의 유세 현장을 동행했다.
28일 오후 2시50분 경기 시흥시 신천동 삼미시장 앞. 소위 '목 좋은 자리'라 시흥시장, 도의원, 시의원 선거에 나선 각 당 후보 유세차량이 도로 양쪽을 메웠다. 도교육감에 출마한 김상곤(60) 후보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상급식'을 강조한 어깨띠를 두르고 유권자들에게 인사하느라 분주했다.
연일 강행군한 탓인지 얼굴은 검게 탔고, 피곤한 기색도 엿보였지만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MB교육정책을 심판하겠다"며 목청을 높였다. 김 후보는 "선거가 막판으로 접어들고 있어 교육에 관심이 적은 20대와 60대 이상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이날 광명시 철산역에서 출근길 시민을 대상으로 유세를 한 뒤 효도잔치가 열린 소하동 노인복지회관을 거쳐 시흥과 안산시를 잇달아 방문했다. 선거구가 워낙 넓어 선거운동 초반에는 도 외곽 시·군을 들고, 막판에는 대도시 중심으로 유세전을 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3시40분 시흥시 정왕동 이마트 시화점 뒤에 세워진 정진곤(59) 경기도교육감 후보의 유세차량에는 야구선수가 등장했다. 정 후보가 흰색 야구복을 입고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정 후보는 "경기교육의 4번 타자"라며 "전국 최하위권 경기 교육을 살리겠다"고 호소했다. 4번 타자 전략은 투표용지 표기순서 추첨에서 4번을 뽑았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오전 부천시에서 벌인 유세 때도 야구복을 입고 나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정 후보는 도를 동서남북 권역별로 나눠서 뛰어다니고 있다. 이날은 서부권역을 누비는 날이라 부천, 시흥, 광명시, 안산시까지 움직이며 '대통령의 교육수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를 처음 치르는 정 후보는 남은 5일 동안 수원ㆍ성남ㆍ고양시 등 유권자가 많은 지역에서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상을 현실적인 정책인 양 현혹하는 부분에 대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날 오후 2시께 경기 오산역 광장에서는 경기교총회장 출신 강원춘(54) 경기도교육감 후보가 예닐곱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교육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세를 했다. 김상곤 현 교육감의 대표 공약 '무상 급식'을 겨냥한 말이다. 같은 보수 진영인 정진곤 후보와의 단일 후보화가 무산된 점에 대해서 "아쉽고 안타깝다. 하지만 정 후보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오전에 용인 중앙시장 등을 거친 뒤 허겁지겁 오산역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연일 강행군으로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연신 "정치적으로 물든 인사, 청와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우리 아이들의 교육 정책에 절대 관여해서는 안됩니다"고 외쳤다.
반면 시흥 대야초교 평교사 출신인 한만용(59) 후보 진영은 조용했다. 오전 10시께 만난 한 후보는 수행원 두 명만 동행한 채 성남 모란시장 곳곳을 돌고 있었다. 시장 상인들에게 "교사 출신 한만용입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아이들의 교실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며 악수를 권할 뿐 요란한 로고송이나 홍보 방송은 없었다. 11시에는 한 지역 방송사에 들러 온라인으로 홍보를 했다. "요즘은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고 유권자들이 표를 주지 않아요. 오히려 학교 현안들을 조용히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2004년과 2008년에 이어 세번째 출마한 그는 "교육이 극심한 관료주의와 파벌주의로 갈짓자 걸음을 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교감ㆍ교장도 마다하고 31년 평교사로 남았다고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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