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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광대 샬리마르' 살인을 낳은 사랑의 증오 테러를 낳은 국가의 탐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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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광대 샬리마르' 살인을 낳은 사랑의 증오 테러를 낳은 국가의 탐욕

입력
2010.05.28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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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 지음·송은주 옮김 /문학동네 발행·632쪽·1만5,000원

인도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살만 루슈디(63ㆍ사진)가 2005년 발표한 장편이다. 영국에 거주하던 1981년에 발표한 두 번째 장편 로 부커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가 이슬람교를 모독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이란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소설은 한 살인 사건에서 시작한다. 주 인도 미국 대사였던 막스 오퓔스는 딸 인디아가 사는 아파트 앞에서 자신의 운전사의 칼에 맞고 숨을 거둔다. 인도 카슈미르 출신으로 스스로를 '광대 샬리마르'라고 부르는 살인자는 세계 각처에서 활동해온 무슬림 테러리스트. 2차 세계대전 때는 용맹한 레지스탕스로, 이후엔 유능한 외교관으로 살아온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에 인디아는 큰 충격을 받는다. 분노에 찬 인디아의 편지를 감방에서 받은 살인자는 말한다. "제 수양딸한테서 온 겁니다."

샬리마르는 왜 막스를 죽였나. 미국, 인도, 유럽 등 광범위한 지역과 60년에 걸친 세월을 배경으로, 나아가 현실과 신화의 경계마저 넘나드는 이 소설의 대서사는 이 단순한 질문으로 집약될 수 있다. 막스에 대한 샬리마르의 증오심의 바탕에는 실패한 사랑이 자리잡고 있다. 젊은날 샬리마르는 종교적 몰이해를 극복하고 힌두교 집안의 무희 부니와 사랑을 나누지만,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던 부니는 자신의 공연을 관람하러 온 미국 대사 막스를 유혹해 아기를 갖는다. 샬리마르의 순정한 사랑은 두 사람에 대한 격렬한 증오로 바뀌고, 그는 복수를 다짐하며 국제적 테러 조직에 몸담는다.

샬리마르가 체포되면서 자신의 출생을 둘러싼 비화를 알게 된 인디아는 아버지와 생모를 죽인 그에 대한 사적(私的) 복수를 다짐하고, 샬리마르 또한 인디아를 죽여 평생에 걸친 복수극을 마무리하겠다는 일념으로 탈옥을 감행한다.

두 사람이 대면하는 장면으로 끝맺는 이 소설은 용서와 화해의 여지 없이 증오로 가득찬 세계에 대한 작가 루슈디의 비극적 인식을 보여준다. 나아가 테러리즘 확산을 막으라는 비밀 임무를 부여받고 막스가 집행하는 미국의 자금이 되레 샬리마르가 소속된 테러 조직으로 흘러들어가는 역설적 상황은 9ㆍ11테러 이후 미국이 벌여온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작가의 냉소로 읽힌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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