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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대북제재 이후/ 원자바오 방한 - '천안함 설득'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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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대북제재 이후/ 원자바오 방한 - '천안함 설득' 150분

입력
2010.05.28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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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2시45분에 시작된 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청와대 단독회담은 오후 4시22분에야 끝났다. 당초 30분 가량 예정됐던 회담 시간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천안함 사태 관련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이 대통령의 총력 설득 작업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단독회담장엔 중국어로 된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결과'란 제목의 설명 자료가 등장했다. 세 페이지로 된 이 자료엔 북한이 해외 수출용으로 제작한 어뢰의 카탈로그, 천안함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어뢰의 스크류 사진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이 자료를 원 총리에 직접 보여주면서 우리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설득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일차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중국을 증거로서 압박한 셈이다.

원 총리는 안경을 벗고 이 자료에 눈을 가까이 대며 유심히 살피는 등 이 대통령의 설명을 경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간 중간 수긍한다는 듯 고개도 여러 번 끄덕였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원 총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말씀을 충분히 다 했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끈질긴 설득 작업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회담 이틀 전인 26일 원 총리에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설득하겠다며 참모진에게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설명 자료를 만들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독회담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과 류우익 주중대사,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안보 관련 고위 관계자만 배석해 천안함 사태에 논의가 집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단독회담이 예정보다 3배 이상 길어진 탓에 이어 열린 확대회담은 당초 예정 45분에서 30분 정도로 단축됐다. 이 대통령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다. 너무 미안합니다"라며 기다리던 중국 대표단 관계자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건넸다. 원 총리도 "일정이 너무 바빠서 나를 '침대를 업고 해외에 출장가는 사람'이라고 한다"고 농담을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는 만찬장 도착 전 대기실에서 20여분간 배석자 없이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당초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이 대통령의 설득 작업이 마지막까지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 총리 환영식에는 이 대통령이 본관 현관 계단 앞까지 나와 직접 영접했다. 이 대통령은 원 총리와 악수를 나눈 뒤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면서 회담장까지 동행했다. 원 총리는 청와대 방명록에 아무런 문구 없이 '溫家寶'라는 자신의 이름 석자만 썼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싸고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한중 양국 관계를 고려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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