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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국장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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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청국장 정치

입력
2010.05.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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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은 원래 겨울에 먹는 음식이었지만 요즘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사시사철, 여름에도 즐겨먹는다. 그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그 인기는 청국장의 성인병 예방효과와 연관이 있다. 청국장은 발효하면서 콩에 없던 미생물과 효소, 생리 활성물질이 다량 생긴다.

주변 공기 맑아야 잘 돼

발효의 주역은 바실러스 균주이다. 바실러스는 막대기 형태를 뜻하는 라틴어이다. 청국장을 띄울 때는 콩을 충분히 불린 다음 푹 삶아준다. 이렇게 해야 콩 조직이 부드러워져 바실러스 균주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섭씨 40도 정도의 온도 조건을 맞추어 주고 주변 공기의 소통이 잘 되면 바실러스 균주는 콩 단백질을 먹이로 삼아 빠른 속도로 증식한다.

청국장 발효에 관여하는 바실러스 균주는 종류가 한 가지가 아니라 수백 종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인간이 원하는 청국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바실러스 균주는 한정돼 있다. 인간이 원하는 품질의 청국장을 만드는 균주는 발효 균주이다. 악취가 심한 청국장을 만들어 내는 것은 흔히 부패균 혹은 잡균이라고 부르는 종류이다.

물론 이런 기준은 어디까지나 인간이 들이대는 것이다. 균들의 입장에서는 발효균이든 부패균이든 콩 단백질은 좋은 먹잇감이다. 이를 쟁취하기 위해 맹렬히 달라붙어 서로 투쟁을 시작한다. 발효균이 승리해 우점종이 되고 인간이 원하는 품질의 청국장을 만들면 다행이지만, 부패균이 승리하면 제대로 된 청국장을 만들기 어렵다. 발효균이 세력을 완전히 장악한 청국장은 오래 두어도 다른 균이 들어오지 못해 품질이 유지된다. 그러나 발효균의 세력이 약한 청국장은 처음에는 제대로 되는 듯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균이나 곰팡이까지 들어와 품질을 떨어뜨린다.

청국장 붐이 일면서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청국장 담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청국장이 잘 띄워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심한 공기 오염 때문에 청국장 발효 균주가 부패균에게 세력을 잃은 때문이다. 반면 공기 맑은 시골에서는 청국장이 잘 띄워진다. 이런 곳에는 청국장 발효균주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서 청국장을 연구할 때는 일정한 품질의 청국장을 제조하기 위해 우수한 발효능력을 지닌 단일 균주를 무균상태에서 삶은 콩에 접종한다. 부패균의 침입을 원천 봉쇄하는 셈이다. 발효균은 부패균의 방해가 없는 환경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 청국장 1g 당 30억 마리가 들어 있으니 보통 식사 때 한 사람이 먹는 30 g 정도에는 300억 마리가 들어있다. 중국 인구를 13억 명으로 잡아도 그 23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발효 균주를 먹는 셈이다.

유권자가 정치 환경 돌봐야

이런 유익균은 인간의 장을 튼튼하게 해 변비와 설사를 막아준다. 약은 변비약과 설사약이 따로 있지만, 좋은 품질의 청국장은 양쪽에 다 효과가 있으니 청국장이 약보다 나은 셈이다. 반면에 부패균이 득세한 청국장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도 하게 된다. 자연상태에서는 발효균과 부패균이 치열하게 생존경쟁을 하지만,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는 발효균이 잘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정치도 어딘지 청국장과 닮았다. 맑은 정치 환경에서는 가만 두어도 좋은 정치가 빚어지지만, 혼탁한 환경에서는 유익균의 증식을 촉진하고 부패균을 억제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배양지라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6ㆍ2 지방선거가 코앞이다.

김한복 호서대 생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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