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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와서 다시 보게 된 한국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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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국 와서 다시 보게 된 한국교사

입력
2010.05.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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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낯선 교실에 대한 탐색을 끝낸 학생들이 어쩌면 평생 우정을 나눌 새 친구와 사귀기 시작하고, 또 선생님들 몰래 뒹굴며 힘겨루기도 하리라.

얼마 전 워싱턴특파원이 쓴 ‘미국 선생님은 작은 선물에 감사하는데 비해 우리나라 선생님들은 촌지를 주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읽고 이 글을 쓴다. 일부의 모습으로 대한민국 교사의 진실을 가리는 듯해 전직 교사로서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거대한 집단에는 다양한 구성원이 있듯이 학부모의 촌지를 기대하는 교사들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떳떳하지 못한 거래로 이익을 취하는 교사가 결코 우리나라 교사들의 전체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주요 업무인 학습지도 외에 학생들의 생활지도에도 힘쓰고 있다. 등교 상태, 복장, 자율학습, 안전, 급식, 청소 지도와 개별 상담을 실시하고 있는 담임교사들은 분필과 국자 그리고 빗자루를 들고 학생들과 현장에 서 있어야 한다. 방학 중에도 학생비상연락망을 먼저 챙겨야 할 만큼 보이지 않는 그들의 안녕에 노심초사한다. 또 각종 연수나 강연, 공개 수업, 동료 장학 등으로 수업방법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면서 학생들과 현장 체험을 통해 친밀감을 쌓고 인성지도에 임한다.

선생님들은 스스로 스승의 날을 없애자고 건의하고 있다. 그냥 직업인으로서 소명을 다할 뿐이지 대접받는 것은 불편하다는 것일 게다. 필자는 받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여러 모로 베풀기를 즐겨 하는 교사들을 많이 보아왔다.

우리나라의 교육 방침이나 제도, 복무 규정 등은 미국과 많이 다르다.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이곳 대다수 주니어스쿨이나 하이스쿨에는 담임교사가 없다. 학급이라는 단위 조직도 없이 교사들은 학습자료가 완비된 자신의 교실에서 수업만 진행하며, 학생들은 1교시 교과 교실로 등교하여 마지막 시간 교과 교실에서 바로 귀가한다. 우리나라의 학년말에는 학생들의 전체적인 모습이 생활기록부로 작성되는데, 그 때 담임교사들은 학생들의 인성과 행동발달 상황을 심혈을 기울여 기록한다. 미국에는 학생 1,800여 명의 하이스쿨에 네다섯 명의 상담교사가 근무하는데 교사 한 명이 360~45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 위주의 상담을 한다. 일반 교사들은 직업인으로서 지식 전달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교사는 한 학급 45명 안팎의 학생들에게 매일 일일이 손길을 보낼 수 없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신체와 정신, 그리고 지식과 정서 등 전인적인 면에서 거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다.

평소 학부모님들이 소박하게 응답하고자 해도 손사래 치셨을 많은 선생님들. 평생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며 살아오신 삶이 스승의 날을 전후하여 더 크게 손상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학생들의 일거일동에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내면적 변화까지 탐색하려는 우리 선생님들의 노력을 다시 생각하며 이 지면을 통해 대한민국 선생님들의 참모습이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비춰지기를 바란다. 특히 학급에 ‘왕따’와 같은 사건이 나면, 퇴근해서도 전화기를 붙잡고 밤늦도록 학부모님들과 상담하시는 선생님들 모습이 이 곳 이역만리에서도 눈에 선하다. 여기에서는 보기 힘든 우리나라 교사들의 특별한 모습이다.

권정순(전 공립중 교사ㆍ미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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