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토론에 익숙지 않은 동양권 학생들이 영미 국가에 유학 가서 느끼는 상실감은 실로 엄청나다. 물론 언어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데 실패하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창의적 리더십의 부재다. 자신만의 독창성을 발휘하는 창의적 사고, 자신감 있는 의견 표현, 타인을 설득시키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는 배양되기 힘든 능력이다. 게다가 위계적인 문화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 기존 이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오고가는 영미식 교육의 장에서 어느덧 이방인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다.
리더십 발현에 소극적인 학생들을 바라보며 교육자로서 인재양성을 고민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학습능력과 창의적 사고의 적절한 균형이다. 잠재된 창의력을 십분 이끌어내고 효과적인 학습능력으로 이를 견인함으로써 사회적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지름길, 즉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전략은 메타인지(metacognition)의 계발이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통합적 인식을 바탕으로 최적의 문제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식, 동기, 정서, 경험 등 자신이 가진 인지 기능을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능력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메타인지의 발달은 창의적 사고의 발현과 이를 정교하게 다듬는 학습동기를 함께 유발하고, 내재된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논리력으로 집단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리더십, 즉 창의적 리더십의 인큐베이터가 된다고 하겠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메타인지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길러진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창의력의 발현이 가장 중요하게 간주된 분야는 과학기술 분야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통신 기술의 혁명을 이끈 과학자들이 한결같이 인문학적 상상력과 창의력을 주창하는 이유는 바로 그간의 과학기술 발전이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기술’이었다는 점을 공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명은 단순히 기술의 혁신이 아니라 인류 커뮤니케이션의 혁신이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대표되는 ‘애플’발 모바일 혁명 역시 시공간을 초월하는 휴먼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인문학적 소양을 함양하는 것과 함께 메타인지를 계발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귀납적 진리추구 방식이다. 대부분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은 먼저 검증된 이론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서 그 이론의 적합성을 강화해 나가는 연역적 방식을 취한다. 반면 귀납적 방식의 교육은 다양한 사례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론적 틀을 완성해 나가는 보다 열린 의사소통 구조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위계적인 연역적 진리 추구방식에 비해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역동적인 논의의 장을 형성하기가 수월해 진다. 아무런 정답이 제시되지 않았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오고가고, 적절한 조율이 이루어진다면 현실 적합성 측면에서 완성도가 훨씬 높은 이론을 수립하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메타인지 계발을 통한 창의적 리더십 구현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관성적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지금의 시대는 절대적 진리에 복속하는 암기형 리더가 아니라 개방적 의사소통 구조를 통해 부패한 관행을 끊고 미래지향적 조직 문화를 이끄는 창의적 리더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민하 교수(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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