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들은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인용할 때 항상 말끝을 ‘해요’체로 쓴다.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이 재미있어요”, 외국인 노동자는“사장님이 나빠요”라고 말한 것으로 제목에까지 나온다. 한국어는 문장을 끝내는 말투, 어체가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런데 왜 외국인은 늘 한 가지만 사용할까. 사소한 질문같지만 문화간의 이해에서는 사소한 것이 크고 깊은 것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답을 찾기 전에 국어 문법을 간단하게 복습하자.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상대편을 대우하는 문법적 방법인 상대 높임법에는 해라체 하게체 하오체 합쇼체 해체 해요체 따위가 있다. 이를 격식체와 비격식체로 나눈다. 격식체는‘의례적으로 쓰며 표현은 직접적, 단정적, 객관적’이고, 비격식체는 ‘표현이 부드럽고 주관적인 느낌을 주는 것’이다. 현재 구어에 많이 사용하는 것은 격식체인 해라체와 합쇼체(합니다) 및 비격식체인 해체와 해요체이다. 일반적으로 합쇼체와 해요체는 존댓말로, 해라체와 해체는 반말로 분류한다. 이렇게 보면 해요체는 부드럽고 상대편을 높이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 현장은 문법 설명보다 복잡하고, 보통 여러 말투를 섞어서 사용한다. 한국 가족 사이에 쓰는 말은 점점 반말화하고 있지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서 사용한다. 집 밖에서는 존댓말인 합쇼체와 해요체를 함께 쓰는 경우가 많지만, 대체로 해요체의 비중이 더 크다. 사회 조직에서는 중요한 자리에 올라 갈수록 합쇼체의 비중이 커지는 동시에 반말도 많아진다.
방송 언어를 보면 흥미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뉴스 아나운서들은 합쇼체만 쓰지만, 뉴스 속 인터뷰는 합쇼체와 해요체를 많이 섞어서 말한다. 합쇼체는 주로 새로운 정보를 전달할 때 사용하며, 해요체는 문법 설명대로 부드러운 인상이나 감정을 표시하려고 할 때 쓴다.
어쨌든 신문들이 외국인을 인용할 때 해요체만 쓰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적지 않은 외국인들이 해요체 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신문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셈이다. 보통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공부할 때 합쇼체나 해요체부터 배운다. 합쇼체는 해요체에 비해 익히기 쉽지만, 일상 생활에 사용 빈도가 낮아서 실용성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해요체부터 배우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외국에서는 합쇼체부터, 한국에서는 해요체부터 배우는 경향이다. 반말은 합쇼체와 해요체를 배운 다음에 초급의 마지막 단계나 중급에서 배운다. 한국에서
어울려 살면서 자연스레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은 반말을 더 많이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대개 해요체와 반말이 더 능숙하다.
그런데, 신문들은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은 어떻게 인용하는가? 기사 제목에는 흥미를 끌기 위해서 반말을 많이 사용하거나, 아예 동사를 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반말로 인용되는 한국인은 단단하게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느낌을 준다. 반면 외국인의 해요체 말투는 귀엽게 말하는 느낌은 들지만, 왠지 의사가 분명하지 않고 사람 자체가 축소된 존재가 돼 버리는 것 같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국적도 다양해지면서 한국 원어민에 가까운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단단하게, 외국인은 귀엽게 표시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는 후진 생각이다.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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