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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붉은 6월, 그날이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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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붉은 6월, 그날이 다시 올까

입력
2010.05.2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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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월드컵(6.11~7.12)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제전인 월드컵은 이념과 피부색을 떠나 4년 마다 축구공 하나로 하나가 되는 스포츠 축제다. 그런데 국내외적인 변수 탓인지 좀처럼 월드컵 열기가 고조되지 않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연일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남북간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축구의 진수를 만끽하라고 하는 것이 한가한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당분간 남북간 긴장 국면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여 남아공월드컵 붐업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거리는 온통 선거판이다. 문 밖을 나서기가 무섭게 누가 어느 당 후보인지, 어떤 직책에 출마했는지 알 수도 없는 상황에서 지방 선거에 나선 후보들을 선전하는 데시벨 높은 소음이 귀를 때린다. 정책 선거, 인물 선거 운운하지만 조각조각 들리는 후보들의 고음 유세 속에 일일이 건네는 명함을 받아 들려면 왠지 모르게 짜증이 앞선다.

게다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의 사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테러를 예고했던 알 카에다 조직원이 체포되는가 하면 치안은 불안해 국내에서 파견되는 언론사 취재진이나 응원단을 불안케 하고 있다. 오죽했으'보험은 들었느냐'는 우스개 소리까지 했을까.

오직 월드컵을 단독 중계하는 SBS나 몇몇 기업 이미지 광고에서만 월드컵의 붐을 조성하려는 안간힘이 느껴진다. SBS가 단독 중계 방침을 굳히면서 방송사간 법정 다툼도 예고되고 있다. 같은 경기를 지상파 3사가 나란히 중계할 필요가 있느냐는 채널 선택권 보장도 설득력이 있지만 중계권이 없는 일부 방송사들에게 남아공월드컵은 '그림의 떡'인지라 월드컵 열기확산에 나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팀의 4강 신화 못지 않게 세계를 놀라게 했던 독특한 거리 응원 문화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올해부터 공공장소 전시권(Public Viewingㆍ이하 PV권)을 엄격히 적용키로 함에 따라 길거리 응원을 주최하는 기업이나 영화관, 음식점 등이 월드컵 중계 시청료를 지불해야 해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공공장소 전시권자는 영상 사용과 관련 공식 중계권자와 개별 협상을 반드시 거쳐 자신의 비용으로 영상 사용권을 획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PV권은 SBS가 보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대규모 거리 응원을 준비하고 있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대규모 거리 응원을 기대했던 시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비난이 제기되자 SBS는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에는 과금을 하지 않으며 되도록 많은 경우를 공공적인 범위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어쩌면 월드컵의 감동을 집에서 맥주나 홀짝거리면서 소형 TV를 통해 감상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반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월드컵대표팀은 출정식을 겸한 에콰도르와 평가전에 이어 일본마저 수월하게 이기며 승승장구, 사상 첫 원정 16강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하고 있다. 물론 지방선거가 끝나고 6월이 오면 월드컵 열기가 어느 정도 고조되겠지만 남아공월드컵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여동은 스포츠부장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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