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중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국이 나올 경우에 대비한 '질서 있는 파산'이란 비상계획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등 재정파탄 위기에 놓인 국가들이 디폴트를 선언하더라도 최소한 유로존 붕괴로 연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독일 주간 '디 자이트'의 요제프 요페 발행인 겸 편집인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최근 "질서 있는 파산"을 수 차례 언급한 것을 두고 "이는 그리스가 파산하더라도 유로권에서 쫓아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부는 결국 디폴트 선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그리스에 대해 유로존 전체의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디폴트로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 방법이 바로 질서 있는 파산이라는 것이다.
질서 있는 파산은 유럽통화기금(EMF) 창설을 처음 제안한 도이체방크의 토마스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아이디어로 EMF가 출자국들의 자금을 통해 부채 과다 회원국의 구조조정을 진행해, 파산국의 유로존 퇴출을 방지하는 제도다. 회원국은 EMF 출자규모에 따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제한되는 강제의무를 지게 된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적극 지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메르켈 총리도 이 방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안자 마이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MF가 조성되면 그 보호막 안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등 재정 위기 국가들이 채무 구조조정을 실시해 위험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EMF 조성은 유럽연합(EU) 조약을 개정해야 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에 현실화하기 힘들 전망이다. 로이터는 "메르켈 총리는 이 제도 도입을 낙관하고 있지만 유로존에 가입하지는 않았으나 EU회원국인 영국의 반대가 만만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주 "유로존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조약 변경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26일 영국 런던에 도착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과 회담 후 "시장은 유로존의 행동을 보고 싶어한다"며 유럽발 위기의 조기진화를 위해 유럽국가가 적극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유로화 위기를 해소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확인했다. 중동지역 순방 중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독일이 유로존 최대 수출국으로 그 동안 유로에 많은 혜택을 입었다"며 "독일은 유로 강화를 위해 최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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