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해 한국증권금융도 당초 아무도 예상하지 않던 실적을 달성했다. 사상 최초로 순이익이 2,000억원을 넘어선 것. 2009 회계연도(2009년4월~2010년3월)의 순이익이 2,140억원으로 2008년도(1,220억원)의 두 배에 달했다.
놀라운 경영성적에도 불구, 지난 20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김영과 사장은 더욱 다부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증권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기관의 역할에 머물던 한국증권금융이 이제는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에는 금융위기 이후 자금조달 금리가 낮아지는 등 외부 여건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지만, 올해는 우리의 실력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긴장감을 내비쳤다. 그는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장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공모를 통해 증권금융 CEO가 됐다.
김 사장은 "이달 초 삼성생명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증권금융이 냉혹한 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총 지분의 4.4%를 우리사주로 배정했는데, 예전에는 증권금융이 '우리사주'를 담보로 하는 대출을 독점했으나 이번에는 은행들이 연 3%대 저금리를 내세워 싹쓸이하는 바람에 아무런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증권금융은 김 사장 지시에 따라 '유가증권 수탁'(커스터디)과 기관간 중개업무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커스터디 업무가 유가증권의 단순 보관ㆍ관리에 그쳤다면 증권금융이 수탁 자산을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시중은행들에 비하면 상품이나 마케팅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면승부로 이기는 건 어렵다"며 "증권금융만이 할 수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부가가치 영업 구조가 정착되면 연간 2,000억원을 상회하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증권금융은 또 2015년까지 자본과 영업자산을 각각 2조원과 200조원으로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금융환경이 투자자 예탁금을 관리하는 공적업무 영역에만 갇혀 있을 수만 없는 상황"이라며 "본연의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상업 금융기관으로서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수익구조를 갖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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