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인 정모씨는 2008년 경기 안양시 만안구 경인교대 경기캠퍼스 도서관에서 사서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공립 정신지체특수교육기관인 안양 해솔학교가 당시 학생 정씨의 숫자감각을 눈여겨본 뒤 대학측에 취업을 요청했던 것. 임시직 사서업무를 맡은 정씨의 진가는 금세 나타났다.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그는 수만 권의 책 분류기호를 모조리 암기해버린 것이다. 해솔학교 관계자는 "믿기지 않으시죠? 도서관 직원도,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라 말했다. 정씨는 한 우체국에 다시 취직했다가 잘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장애를 겪고 있는 강원식(21)씨도 지난 해 경인교대 도서관에 취업했다. 4개월간의 현장실습을 마치고 지난 3월 사서보조직 정식계약을 체결, 자폐성장애인으로는 첫 공식 사서보조가 된 것이다.
또 1년 뒤인 지난 3월 보건복지부는 전국 4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장애인 도서관 사서보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7개월 임시직으로 일하게 한 뒤 모니터링을 거쳐 취업기회를 적극 제공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방침이다.
지난 26일 오전 안양시립석수도서관 사서팀. 자폐성 장애인 박모(19)군과 지적장애인 정모(20)씨는 신간 서적에 분류기호가 새겨진 바코드를 붙이느라 여념이 없었고, 곁에는 작업을 끝낸 책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사서팀 관계자는 "늘 저렇게 시선을 책에 고정한 채 말 한 마디 없이 열중해서 일해요. 오차 없이 정확하게요."그들은 반납도서를 서가의 제 자리에 꽂는 일도 척척 해내고 있었다. 이지예(26) 열람팀 주무관은 "요령을 부리지 않는 게 이 분들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안양 시흥시 9개 도서관에서 22명의 장애인이 매주 사흘씩 하루 4시간 근무하고 있다.
김성수 해솔학교 취업지도교사는 "성과를 따지지 않고 혼자 일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자폐성장애인들에게 적합하고, 자폐성향이 반납도서 정리 등 업무에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도서관에서 일할 수 있는 친구는 극히 일부라 모든 자폐성장애인들이 다 잘 할 것이라는 성급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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