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의 대북제재 조치에 따라 북한도 무력행사를 염두에 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아직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징후는 없지만, 향후 북한이 실제 행동에 돌입할 경우 남북관계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27일 "남북 교류ㆍ협력과 관련한 모든 군사적 보장을 철회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 국민이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을 경우 신변 안전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성공단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군사적 보장 조치는 남측 인력의 육로 방북시 군사분계선(MDL) 통과에 따른 번거로움을 줄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군사분계선이 비무장지대(DMZ) 중간에 위치해 군 당국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군 당국간 합의를 통해 인원과 물자의 왕래 절차를 최소화하는 체계를 유지해 왔다. 2007년 12월에는 남북장성급 회담에서 통행 허용시간 및 통신 수단 확대, 통관 방식 간소화 등 3통(통행ㆍ통신ㆍ통관)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적 보장 합의서도 채택됐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협조를 전제로 한 군사적 보장 조치가 사라지면 응급 환자 발생 등 돌발 상황들에 대한 대처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그러나 동ㆍ서해 군 통신연락소 폐쇄와 개성공단 등 육로통행 차단은 곧바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검토 착수'라는 애매한 표현을 썼다. 최소한의 여지는 남긴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도 통신망 단절이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위협 수위를 '반 단계'만 높인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와 함께 "반공화국 심리전 책동에 대해 무자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의 '대북 심리전 재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4일 국방부의 대북 심리전 실시 방침이 발표된 이후 북한 당국은 "확성기 조준 격파 사격"(인민군 중부전선사령관), "전면적 반격 개시"(조평통 대변인), "서해지구 인원,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조치"(남북 장성급회담 북측 단장) 등 연일 보복 공언을 하고 있다.
장용석 성공회대 외래교수는 "확성기 방송과 전단(삐라) 살포는 북한군의 사상적 동요와 체제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제재 조치"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6월 중순께 정부의 심리전 방송이 시작될 경우, 북측은 개성공단 출입 차단과 비무장지대에서의 무력 도발 등 2단계 행동조치로 맞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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