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다가온 월드컵, 길거리 응원이 가능한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010 남아공월드컵부터 길거리 응원처럼 공공장소에서 월드컵 경기 장면을 상영하는 행위에 대해 '공공장소 전시'(Public Viewing Event)에 대한 권리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했다. 공공장소 전시 개념은 2006년 월드컵 때 처음 생겼지만 당시에는 느슨하게 적용됐다.
과연 이번 월드컵에서도 길거리와 대형 술집, 음식점 등에서 응원전을 펼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며 '할 수 있다'. 다만 후원사가 없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 비상업적 성격일 때만 무료로 행사를 열 수 있다.
공공장소 전시권?
FIFA는 월드컵 경기 영상이 전시 혹은 관람을 목적으로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개인 주거지 이외의 장소에서 제공될 경우를 공공장소 전시로 분류한다. 해당 장소는 영화관, 극장, 바, 레스토랑, 경기장, 개방된 공간, 사무실, 건설현장, 송유시설, 버스, 기차, 군부대, 교육기관, 병원 등을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FIFA는 이런 장소에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할 경우 1,000명 미만 1,000달러, 1,000~5,000명 2,000달러, 5,000~1만명 4,000달러, 1만~2만명 8,000달러, 2만명 이상은 1만4,000달러의 공공장소 전시권료(PV권료)를 지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PV권에 대한 구매 계약은 사전에 예상한 인원으로 체결하기 때문에 결국 행사에 참여한 인원수보다는 행사 장소의 인원 수용 규모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된다. 계약한 인원을 초과할 경우 사후에 추가로 돈을 낼 수는 있지만, 인원이 미달됐다고 환급을 받을 수는 없다.
이 규정은 월드컵 공식 후원사 보호 차원에서 마련됐다. 이 규정이 없었던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KTF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였지만 SKT가 거리 응원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과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PV권을 가진 국내 사업자는 국내 방송권자인 SBS와 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뿐이다. 올해 서울시청 앞 광장의 거리응원은 SKT가 장소를 선점했지만 현대자동차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FA는 PV권 판매로 얻은 수익금 전액을 '20 Centres for 2010'이라는 캠페인에 쓸 예정이다. 아프리카의 보건ㆍ교육 및 축구를 지원하기 위한 캠페인인데, PV권 구매가 곧 기부행위로 이어지게 되지만 자율적 기부가 아니라 강제성이 부여되는 셈이다.
이런 경우 어떻게 되나?
#1 대형 호프집에서 '월드컵 경기 중계, 한국 이기면 맥주 500cc 공짜'라는 문구로 광고를 했다. 이 호프집은 이미 가게에 설치돼 있는 TV로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다.
#2 FIFA 공식 후원사가 아닌 한 통신사가 서울시내 광장에서 자사 로고나 홍보 문구가 새겨진 응원도구를 나눠주며 대형 전광판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보여준다.
이 경우 호프집 사장과 통신사는 FIFA로부터 PV권을 구매해야 할까?
SBS에 따르면 호프집 사장은 구매하지 않아도 상관없고, 통신사는 구매 절차를 거쳐야 한다. FIFA 규정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경기를 상영하는 목적이 상업적인지 비상업적인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한다. 후원사의 상호를 노출하거나 홍보물을 배포하거나, 혹은 화면에 스크롤 자막으로 홍보를 하는 등의 마케팅 행위와 입장료를 받는 것은 '상업적'인 것으로 분류된다. 그 외 대부분의 경우는 '비상업적'으로 분류된다는 게 SBS의 설명이다.
FIFA는 비상업적인 경우에도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으나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추후 FIFA가 검증했을 때, 동의를 구하지 않은 행사가 상업적이라고 판단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SBS는 지난 14일 PV권 안내를 위한 공문을 호텔, 백화점 등 관련 사업장 282곳에 보냈는데 이는 "추후 불이익을 예방하기 위해 고지하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SBS는 얼마나 벌까?
PV권료 1,000~1만4,000 달러는 FIFA에 내는 돈이다. 상업적인 공공장소 전시 행사를 개최할 경우 이와는 별도로 SBS에 저작권에 해당하는 공연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참가인원 2만명 규모 행사의 경우 PV권료 약 1,700만원을 포함해 1억 원 정도가 소요된다. 2006년 월드컵 당시에는 최대 5,000만원이었으니 두 배 정도 뛴 셈이다. SBS는 "그간의 물가상승률과 중계권료 자체의 상승률이 반영됐다"고 설명하고 "비상업적 행사의 경우 무상으로 상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3D 콘텐츠는 PV권과는 별개로 적용된다. SBS가 100만 달러를 주고 구매한 3D 콘텐츠는 영화관 등 3D를 상영할 수 있는 곳에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현재 메가박스, CGV, 롯데시네마, 프리머스 등 4개 멀티플렉스 극장 등이 계약을 진행 중이다. SBS는 "금액을 밝히긴 곤란하지만 극장 규모나 개봉관의 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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