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신문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사설에서 북한은 천안함 관련의혹을 해명하라고 촉구했다는 뉴스가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4월 창간한 영어판 글로벌 타임스(Global Times) 홈페이지를 즐겨찾기 해놓았으나 자주 찾지는 않는다. 정부 노선에 충실한 중국어판과 달리 객관적 국제문제 보도를 표방했지만, 기사는 단순한 사실 전달에 그치고 논평도 대체로 밋밋한'공자 말씀'이다. 물론 공산당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가 발행하는 신문으로서는 그것만도 용하다. 가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외국인의 글도 싣는다.
■ 글로벌 타임스의 사설을 찾아 읽다가 조금 놀랐다. '북한은 의심하는 세계를 납득시켜야 한다'는 제목의 글은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비난을 부인만 할게 아니라, 납득할 만한 확실한 반증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이 제시한 증거가 압도적이어서 미국 일본의 전적인 지지를 받고 세계 여론을 이끄는 냉엄한 현실에 북한은 직면했다"고 일깨운 대목이 괄목할 만하다. '압도적(overwhelming)'이란 표현은 클린턴 미 국무장관 등이 규정한 그대로다. 사설은 이어 "북한은 전면전 위협 등 강경 발언만 늘어놓아서는 궁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우리 쪽을 향한 메시지도 있다. 간추리면 이렇다. 천안함 참사가 불러 일으킨 한국민의 슬픔과 분노를 이해한다. 그러나 국민의 60%가 군사적 응징에 반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듯, 60년간 어렵게 유지한 평화와 안정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 지금의 위기 상황은 북한의 신뢰성과 한국민의 인내를 시험하고 있다. 이것도 공자 말씀으로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제 신뢰를 잃은 북한이 스스로 무고함을 입증하지 못하면, 잘못을 사죄해야 한다는 논지는 뚜렷하다. 객관적이면서도 시비를 분명히 가리고 있다.
■ 중국은 글로벌 타임스를 창간하면서 서구 언론의 편향된 시각을 벗어나 국제문제를 보도하고 중국을 올바로 세계에 알리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통해 국가 이미지와 평판을 새로 정립하겠다며 영어권 출신들도 영입했다. 우리 언론은 한쪽에서는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비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북의 도발 증거가 부족하다고 떠든다. 국민이 사흘만 희생을 참으면 북한군을 궤멸시킬 수 있다는 무모한 강경론과, 조사결과를 0,0001%도 못 믿겠다는 유치한 말장난, 남북 치킨게임은 위험하다는 어설프게 객관적인 관전평이 어지럽게 엇갈린다. 모두 중국 관영신문보다도 못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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