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이나 대청해전 때보다도 훨씬 심각한 것 같다."
개선공단에 입주해있는 한 의류업체 대표는 27일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남북 정부가 '치킨게임'을 벌이듯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북한 군부가 이날 남북교류협력과 관련한 군사적 보장조치를 철회하겠다고까지 밝히자 불안감이 한층 커진 것이다.
그는 "북한이 두 차례 지하핵실험을 했을 때나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을 때도, 심지어 서해에서 무력충돌이 벌어졌을 때도 개성공단만큼은 큰 동요가 없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며 "남북 정부의 지금 태도를 보면 공단 폐쇄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모임인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도 "이미 통일부로부터 공단 체류 인원을 50~60% 가량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고 조만간 전원 철수 조치가 내려질 것 같다"면서 "남북이 어렵게 키워온 개성공단이 이렇게 허무하게 문을 닫나 싶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남북 정부의 강경조치가 잇따르면서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크다. 한 건설업체 임원은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우리 정부가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때 북한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게 허언이 아닐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이 때문에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선 정부에 대북 심리전 재개 유보를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북한이 제재를 가할 경우 현실적으로 보호받을 수단이 전혀 없다"며 "극단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정부에 심리전 재개를 자제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입주기업 대표들은 28일 모임을 갖고 정부에 제출할 건의문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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