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가 없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장이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위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특정작품을 언급한 것 자체가 잘못이다. 그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압력으로 작용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심사의 생명은 독립성과 객관성과 공정성이다. 그것을 위원장이 훼손시키려 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월권이고 일탈이다.
조 위원장은 간섭이나 압력이 아니라, 위원장으로서 심사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표시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그러나 누가 봐도 부당한 개입이나 압력이 명백했다. 애초 솔직히 과오를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했다. 비리를 폭로한 심사위원들과 영화계의 요구도 그것이었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유감'표명으로 사태를 덮으려 했다. 군색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 영화계의 반발을 불렀다. 어제 신재민 문화부차관이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위원장 스스로 책임지는"사실상의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은 감독부처로서는 당연한 조치다.
이번 사건과 위원장의 중도 퇴진으로 영진위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는 과거 기득권을 누렸던 영화인들의 조직적인 반발도 작용했다. 그러나 독선적인 전임 위원장이 물러나고, 조 위원장이 새로 왔지만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선정 등에서 여전히 공정성 시비와 정치적 편향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결과이다. 신뢰 없이는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문화부가 1년도 안돼 또 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결단을 내비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위원장의 교체만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사람만 자꾸 바꾸고 영진위의 구조와 운영은 그대로 둔다면, 앞으로도 갈등과 비리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위원장과 위원회의 역할을 재조정해 견제와 균형을 살려야 한다. 과거의 폐단을 답습하고 있는 지원방식과 심사 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형식적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조직과 인력의 재정비도 고민해야 한다. 지금 영진위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질과 자세를 갖춘 위원장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부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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