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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월드컵 패션, 국가 이미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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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월드컵 패션, 국가 이미지를 만든다

입력
2010.05.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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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처음이라니 오히려 놀랍다. 보름 앞으로 성큼 다가온 2010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위해 22일 비행기에 오른 국가대표팀은 회색 정장 단복차림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상 처음 출국패션으로 정장을 선택한 것이다. 탄탄한 체구가 돋보이도록 날렵하게 재단된 회색 정장에 태극을 형상화한 포켓스퀘어를 꽂은 국가대표팀의 모습은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느 출국장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차안대(경주마가 앞만 보도록 씌우는 안대) 없이도 경기 자체를 즐기며 충분히 목표를 향해 돌진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프로감각이 물씬했다. 세계가 열광하는 축제에 한국을 대표할 그들이 실력만큼이나 멋진 패션을 선보이는 건 굳이 세계 경제규모 11위 운운 하지 않아도 한국의 생활문화 수준을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국가대표팀의 정장 단복은 제일모직 남성복브랜드 갤럭시가 제공한 것으로 '프라이드 일레븐(11)'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국가대표의 자부심을 입고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드높이라는 염원을 담았다. 하지만 정장 단복의 채택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주영 갤럭시 마케팅 과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축구협회와 협의를 지속했지만 출국 단복으로 정장을 입었던 전례가 없다 보니 그걸 깨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최고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은 편안한 복장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 통상 협회 공식스폰서인 나이키의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2006 독일월드컵 당시 LG패션이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양복을 제공했지만 이때도 선수들은 제외됐다.

국내와 달리 해외 축구대표팀들에게 정장 단복은 이미 일상이 됐다. 패션업계와 연계해 국가 이미지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패션과 축구 양쪽에서 모두 종주국을 자부하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다. 2006 독일월드컵 우승국인 이탈리아 아주리군단은 자국의 유명 디자이너 돌체앤가바나가 제작한 올 블랙 정장으로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의 멋을 자랑했다. 프랑스 대표팀 역시 자국의 럭셔리브랜드 크리스찬디올에서 제작한 정장을 입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세련된 메트로섹슈얼의 전형을 보여준 데이비드 베컴의 영국은 고급스러운 아르마니 정장을 채택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는 10년 전부터 영국 브랜드 던힐이 국가대표팀의 단복을 후원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승전복'이라는 이름아래 사무라이 블루 색상을 내세운 던힐 정장 차림의 일본 국가대표팀 포스터가 이미 공개된 상태다.

월드컵은 단순한 국제 축구경기가 아니다. 지구 전체 인구의 절반인 30억명이 시청하는 세계 최대 축제이자 글로벌기업들의 마케팅 경연장이다. 2002 한일월드컵은 세계에 한국과 한국인을 불굴의 의지로 꿈을 현실화하는 열정의 화신으로 각인시켰지만 패션업계만 보면 붉은색 티셔츠를 좀 팔았다는 것 외엔 성과가 적었다. 영웅 히딩크 감독의 패션도 아르마니와 휴고보스의 이름을 알리는 데 그쳤다. 그런 의미에서 출국패션에 국한 된 것이긴 하지만 국내 패션업체가 월드컵 열기에 한 몫 할 수 있게 된 건 퍽 다행이다. 원정 16강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와 글로벌패션브랜드 탄생을 꿈꾸는 패션업계가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 쌍끌이 축포를 터트리길! 브라바!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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