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 뚜, 뚜.'
음파탐지기(소나)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던 김영석 하사의 두 눈이 번뜩였다. 수중 30m에서 확인되지 않은 점 하나가 아군 진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이상 물체였다. 두 달 전 천안함도 이 같은 상황에서 적의 기습을 받고 당했을 터. 한시라도 지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보고를 받은 부상철(중령) 함장은 전 장병에게 즉각 전투태세 명령을 내렸다. "총원 전투배치, 총원 전투배치."
장병들은 함미(艦尾) 갑판 위 양쪽에 장전된 폭뢰로 뛰어가 안전핀을 풀고 바다를 노려봤다. "폭뢰 투하 준비." 이어 팽팽한 긴장감도 잠시, 폭뢰 십여 기가 하나씩 물속으로 투하되기 시작했다. '콰~쾅.'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하얀 물보라가 마치 불꽃놀이를 하듯 창공으로 20여m를 솟구쳤다. "상황 종료."
27일 오전 서해 태안반도에서 서쪽으로 55㎞ 떨어진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 승조원 670여명과 3,200톤급 구축함인 을지문덕함, 1,200톤급 초계함 3척, 참수리급 고속정 4척이 참여해 적 잠수함의 공격을 가상한 기동훈련을 벌였다. 천안함 사태 이후 군이 서해에서 실시한 첫 훈련이다. 이르면 다음 달 말 미국과 연합으로 펼칠 대잠훈련의 전초전인 셈이다.
비슷한 시각. 물위에서도 적 함정과의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가상의 적 함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것. 출동한 고속정 편대에서 확성기를 통해 단호한 목소리의 경고방송이 흘러나왔다. "귀함은 우리 NLL을 넘어왔다. 즉시 복귀하라. 즉시 복귀하라."
하지만 적 함정은 아랑곳없이 계속 남측으로 내려왔다. 의도적 도발이었다. 그대로 놔뒀다가는 대한민국 영해가 농락되는 상황이었다. 실제 이달 들어서만 북 경비정 3척이 NLL을 넘어왔었다.
그 순간, 적 함정을 겨누고 있던 진해함의 76㎜와 40㎜ 함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천안함과 같은 제원의 초계함이다. 수십 발의 포화가 퍼붓자 화급히 놀란 적 함정은 곧바로 북으로 기수를 돌리며 꽁무니를 뺐다. 완벽한 제압이었다.
이날 훈련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장병들은 소중한 동료를 잃은 천안함 사태를 의식한 듯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이었다. 부 함장은 "군은 언제든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의 위협까지도 분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며 "천안함 46용사들의 고귀한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100% 맡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안=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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