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논의를 거쳐 드디어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확정되었다. 곧 공식 출범할 고용노동부는 정부 스스로 약칭을 고용부로 해달라고 요청하듯이 일의 방점을 일자리 문제에 둘 것이 분명하다. 반면에 노사관계나 근로기준처럼 이미 취업한 근로자와 관련된 이슈는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노사관계는 오랜 논란을 거쳐 사업장 단위에서도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하되 유급으로 소정 근로시간을 면제하는 방식으로 큰 게임의 규칙이 정비되었다. 새로 바뀐 공정한 게임의 규칙 안에서 노사가 책임을 가지고 자율적인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고용 문제에만 매달릴 우려
근로기준은 최저 임금, 근로시간 단축, 해고로부터의 보호 등 여전히 중요성이 남아있지만 오랫동안 법 적용기제나 노사정 논의구조가 잘 작동되어 왔다. 노동위원회 심판과 법원 판례 등을 통해 일이 복잡하더라도 풀어가는 절차가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고용문제는 여전히 해법의 단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표류해 온 것이 사실이다. 공식 실업률은 낮은 편이지만 숨은 실업자가 많고 특히 구조적인 청년 실업과 베이비 붐 세대의 고령화 실업이 중차대한 현안이 된 시점에서 새로운 발상과 결기 어린 정책이 없으면 국민 경제의 하부 토대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국민 대다수가 일해야 잘 살 수 있고 국가도 건강한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실제로 일자리를 가진 비율인 고용률이 약 10% 포인트 낮다. 국민의 10%가 추가적으로 일자리를 가져야 선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로 출범한 고용부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10%를 추가적으로 일자리로 유인해 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고용부로의 개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염려되는 측면도 많다. 노조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노사관계나 근로기준의 현안이 다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고용 문제에만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문도 경청해야 한다. 사실 기존의 비정규직 문제나 정부가 새롭게 권장하는 파트타임 정규직 과제는 고용과 노사관계, 근로기준 정책이 모두 연계되어야 제대로 풀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우선순위를 조정하되 수평적인 정책간 연계성도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책간 연계성 강화는 정부 전체의 일자리 정책기조에서도 중요하다. 노동부를 고용부로 개편했다고 해서 정부 전체의 일자리 책임이 덜어지지 않고, 고용부가 자동적으로 일자리 정책의 전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부처들의 고용관련 정책이 조정되고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고용부가 하는 일이 고용안정 서비스에만 갇히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 고용부가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 못지않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일에도 책임의 중심에 서야 그 이름에 걸맞다.
일자리 해결에 과감한 도전을
일자리는 무한하면서도 유한한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사람을 찾는 기업과 취업희망자간에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한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교육과 고용은 일차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아울러 중국 인도를 필두로 수많은 후발 개도국들이 세계 노동시장에 이미 진입 완료한 시점에서 그들과 경쟁해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매우 적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일자리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은 필연적으로 같이 가야 한다.
고용안정서비스의 강화, 사회적 기업의 활성화, 직업능력개발제도의 혁신 등 당면한 과제가 고용부에 있다. 당장 가용하기 쉬운 정책수단만 가지고 고용부의 정책 메뉴판을 단장하지 말고, 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 과제들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고용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